"푸틴은 차기 6년 임기를 절대 다 채우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러시아 야권의 대규모 부정 선거 항의 시위를 주도한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안드레이 피온트콥스키(72)는 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러시아 정국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모스크바 '시스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이면서 정치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피온트콥스키는 "대선 이후에도 야권의 반(反) 푸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야권의 최종 목표는 푸틴을 몰아내고 헌법을 개정한 뒤 자유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 뿌려진 선거 자금 등으로 인플레가 시작되고 경제난이 가중되면 시위 참가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푸틴 정권은 길어야 2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피온트콥스키와의 일문일답.
-- 대선 이후에도 야권은 반(反) 푸틴 시위를 계속할 계획인가.
▲ 당장 대선 당일 밤부터 5일에 걸쳐 모스크바 시내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시위엔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연대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는 자유주의 진영, 좌파 진영, 민족주의 진영 등 3개 야권 그룹이 참여할 것이다.
이들은 각각 자유, 평등, 애국주의 등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 그룹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을 몰아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 힘을 합쳐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해 낼 것이다.
-- 단합된 힘을 내기엔 너무 성격이 다른 진영이 모인 것 아닌가.
▲ 내가 속한 자유주의 진영만이 저항 운동에 나섰다면 푸틴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진영들이 함께 뭉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는 푸틴 퇴진과 자유선거를 목표로 뭉치고 있다.
물론 나중에는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할 때까지는 서로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시기적으론 푸틴 집권 이후 1~2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안에 푸틴 정권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각 진영이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자유주의 진영), 평등(좌파 진영), 애국주의 및 강한 러시아(민족주의 진영) 등으로 서로 다르지만 이 가치들이 서로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완하는 관계다.
이런 가치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다른 가치를 억압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파괴한다.
평등이나 애국주의 가치만을 지향하는 북한의 예를 보면 알 것이다.
-- 야권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 푸틴을 퇴진시키고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자유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거법, 정당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 모든 법률을 개정한 뒤 자유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푸틴이 물러나면 누구를 지도자로 앉힐 것인가를 묻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나쁜 차르' 푸틴 대신 '좋은 차르' 나발니(민족주의 진영 지도자인 유명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를 앉히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민주적 정치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선적으로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 지금의 헌법을 고쳐야 한다.
푸틴도 그렇고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도 지나친 권한을 허용하는 헌법 때문에 망가졌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의 권력을 늘리는 쪽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국방과 외교를 대통령이 맡고 경제는 의회와 내각이 맡는 식의 혼합형 정치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광대한 러시아를 다스리는데는 차르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경찰과 군대를 장악한 대통령이면 러시아의 영토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 푸틴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리비아나 시리아 같은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 현재로선 시위대가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의 투쟁은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이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들은 당장 대선 이후 시위에서 참가자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시도할 것이다.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할 것이다.
2010년 12월 대선 이후 8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한 뒤 야권의 저항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푸틴이 시위 진압을 위해 체첸 지역 청년들을 모스크바로 차출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권력이 강경 진압에 나서게 되면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시위대의 성격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푸틴 정권의 몰락을 앞당기는 길이다.
탄압을 통해 당장은 야권 운동이 위축될지 모르지만 결국 저항은 더 확산될 것이다.
푸틴이 선거 자금으로 뿌린 돈과 군인들을 달래기위해 쏟아붓는 국방 예산 등으로 인플레가 높아지고 경제난이 가중되면 시위 가담자가 더 늘어 날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시위 진압 명령을 받은 경찰과 대(對) 테러 부대 요원들이 명령에 반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 그렇지만 푸틴 지지 세력도 있지 않나.
▲ 그런 세력은 많지 않다.
푸틴 지지 시위나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이 동원된 사람들이다.
북한식 집회다.
돈을 주고 버스나 기차로 지방도시들에서 모스크바로 불러올렸다.
이틀 동안 모스크바 시위에 다녀오면 차비를 대주고 먹여주고 거기에 수고비까지 준다는 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행정력도 이용됐다.
지방 국영기업 지도부가 직원들에게 모스크바 시위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반대하기는 어렵다.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단에서 소리를 지르는 일부 연설자들을 빼면 대부분이 자발적 푸틴 지지자들이 아니다.
하지만 야권 진영은 다르다.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 푸틴도 정치 개혁을 약속하지 않았나.
▲ 지방 정부 수장인 주지사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 부활(2004년 푸틴이 폐지하고 대통령 임명제로 바꿨음)과 정당 등록을 위해 필요한 당원 수를 현행 4만명에서 500명으로 대폭 줄이는 정당 설립 절차 간소화 등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얄팍한 전술이다.
젊은이들이 시위에 나서 경찰과 대치하는 대신 500명을 모아 정당을 만들어 정치판에 뛰어들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수많은 정당이 난립하도록 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통제를 쉽게 하려는 것이다.
야권 시위에 지난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세이 쿠드린을 참가시키고 있는 것도 푸틴의 술수다.
나중에 총리직을 약속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쫓아내고 쿠드린을 등용하면서 야권 인사인 쿠드린을 내가 발탁했다며 선전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술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야권의 분노를 달래진 못할 것이다.
시간을 벌 수 있을 지 모르지만 푸틴 정권의 몰락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반푸틴 야권운동 지도자 피온트콥스키
"푸틴 6년 임기 못 채우고 물러날 것…길어야 2년 버틸 것"<br> "야권 목표는 푸틴 몰아내고 개헌한 뒤 자유선거 치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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