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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는 아이 달래려고 스마트폰 줬다간…

26개월 된 딸 아이가 있다. 책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낯가림도 없어 사람들하고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아이가 다른 놀이에 빠졌다. 퇴근 길에 현관 문 앞에서 아빠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는 이제 아빠를 만나면 손부터 벌린다. 아빠에게 그것을 달라고 애걸복걸이다. 우는 아이 달래려고 던져줬던 스마트폰에 아이는 푹 빠져버렸다. 그 아이의 아빠는 바로 나다.

처음에는 교육용 앱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떼쓰는 아이 울음을 손동작 몇 번에 뚝 그치게 하고, 24개월도 안 된 아이가 영어 알파벳을 줄줄 외우는 모습을 보니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심신이 편해졌다. 스마트폰은 그렇게 우리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엄마 아빠의 이기심은 결국 아이에게 해가 됐다. 한 시간이 멀다하고 스마트폰을 찾고, 예전에 좋아하던 책에는 점점 관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지. 역시 스마트폰은 영유아를 가진 부모들에겐 애용품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말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들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스마트폰 TV광고에 우는 아이 달래려고 스마트폰 꺼내드는 장면까지 나왔겠는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게 이제 겨우 3, 4년인데 무섭게 일상을 장악하더니 끝내 어린 아이들의 기호까지 휩쓸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같은 고민을 하는 젊은 엄마 아빠들을 위해 꼭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유치원 아이들을 섭외해 스마트폰에 얼마나 친숙한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5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곰인형과 장난감,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낯선 실험에 아이들은 처음엔 주저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험환경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었더니 하나둘씩 고르기 시작했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예상한 대로였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16명이 선택했다. 그리고 10명이 스마트폰을 골랐다. 63%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봤다. 얼마나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지 알아봤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이패드에 빠져 종이책을 터치스크린으로 착각하는 아이부터 유모차에 거치대까지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있었다.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 걱정하는 부모들의 사연들도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이제 일종의 문화가 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럼 이제 영유아의 스마트폰 중독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와 전문가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막혔다.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용 실태 등에 관한 간단한 설문조사가 대부분이었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처 연구할 틈도 없이 스마트폰이 너무 급속하게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과 증상적으로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놨지만, 자신있게 확답하지 못했다. 참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대안을 찾아야했다. 영유아들이 손쉽게 스마트폰 기기에 노출되고 있는 문화에 경고음을 꼭 주고 싶었다. 다행스럽게 전문가를 찾았다. 어린 아이들의 집중력 장애 문제를 주로 치료하는 곳이었다. 스마트폰에 빠지면 게임중독과 유사하게 우측전두엽 활동이 저하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종합적 사고와 사회성 등을 관장하는 우측 전두엽은 즉각적이고 일방적인 내용 위주인 스마트폰에는 별 반응을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우측 전두엽의 활동 장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아이와 - '중독'의 개념이 없어 '빠져있다'로 밖에 쓸 수 없었음 - 주의력 결핍장애(ADHD)를 겪고 있는 아이의 뇌파를 비교했더니 상당히 유사했다. 우측 전두엽의 활동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생각 같아선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빠지면 주의력결핍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기사에선 뺐다.

                       


그리고나서 만난 교육전문가는 명쾌하게 문제를 짚어줬다. 상당수 부모들의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게임과 교육용 앱은 똑같다는 거다. 사용자 관심을 끌기위한 게임의 알고리즘과 교육용 앱의 알고리즘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보상이 주어지고 그 보상을 얻기 위해 적당한 노력을 해야하고 보상의 희열을 더 얻기 위해서 쏟아야 하는 노력은 더 늘어나야 하는 구조는 궤가 같다는 말이다. 특히, 교육용 앱이라는 게 교육전문가가 제작한 게 아니라 IT업체들이 만든 게 대부분이어서 교육적 효과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실정이란다. 또,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영유아 시기는 부모와의 상호작용, 주변 환경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기라면서 디지털 기기를 가능한 가장 멀리하라는 주문이었다.

우리 아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던 이 뉴스는 예상대로 결론이 났고, 그대로 기사가 됐다. 그리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그 어떤 아이템보다 많은 노력을 쏟았다. 반드시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아이템이었다. 얼마나 많은 젊은 엄마아빠들이 그 뉴스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심이 컸던 탓인지 주변에서 즉각적인 반응도 있었다. 과거 PC를 통한 게임은 적어도 컴퓨터가 있는 책걸상을 이용할 수 있는 4, 5세는 돼야 가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그 최초 사용 연령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렸다.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진다는 이야기다. 그 말은 또 게임과 인터넷 중독 성향이 점점 더 어린 나이부터 잉태된다는 거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이제 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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