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주말 5% 할증, 그 불편한 진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두 달 전부터 고속도로 통행료가 주말 5% 할증을 포함해 평균 2.9% 올랐습니다. 돈 더 내라는 데 반길 이용자는 없겠지만, 요금만 오른 게 아니라 새로운 불편을 가져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오른 요금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했던 이용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청계요금소를 통과했습니다. 평일 통행료는 천 원으로 지폐 1장이면 해결되는 구간이지만, 이 날은 5% 할증이 붙어 천50원을 내야 했습니다. 50원짜리 동전을 미리 준비한 이용자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2천 원을 내고 950원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가뜩이나 밀리는 구간인데 요금소 주변으로 정체 길이가 더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차량 한 대 당은 평일보다 몇 초 밖에 더 안 걸리겠지만, 수 천, 수 만대가 평소 안 받던 거스름돈을 받아야 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던 겁니다. 이 때문에 주말 5% 할증제가 도입된 두 달 전부터 시청자 제보도 거의 매 주말 접수되고 있었습니다. 하이패스 이용자라고 예외가 아닌 것이, 현금 이용 차량 때문에 정체 길이가 3-4킬로미터까지 길어지자, 요금소 하이패스 전용 차로가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차량이 밀리고 있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밝힌 5% 할증제의 목적은 주말 교통량 감소였습니다. 주말이면 나들이객들이 더해져 평소보다 더 밀리는데, 요금을 올려 국도로 우회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단 돈 50원 때문에 누가 계속 다니던 길을 돌아가겠냐는 겁니다. 길에 떨어져 있어도 잘 줍지 않을 50원을 올려서 괜히 차만 더 밀린다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담당자가 주말에 한 번만 나와 보면 바로 폐지할 거라는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도로공사에 자료를 요청해 실제 교통량 증감을 비교해봤더니, 주말 할증제 시행 전과 후 교통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공사가 기대했던 교통량 감소 대신 역효과만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주말이 돼 버린 겁니다.

주말 5% 할증 요금 때문에 현금 이용자와 카드 이용자 간에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이전 까지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100원 단위로 받았는데, 5%를 더 받다 보니 10원 단위가 생겨났고, 현금 이용자에게는 반올림 또는 반내림을 해 100원 단위로 받지만, 카드 이용자는 10원 단위까지 그대로 받으니 차이가 생겨난 겁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요금소와 영동고속도로 양지 나들목 구간을 왕복하면서, 한 번은 현금을 내고, 한 번은 카드 결제를 했더니 현금을 낼 때 40원을 더 냈습니다. 평일 요금 3천200원에 5% 할증 160원이 붙을 경우, 카드는 3천360원을 내지만, 현금은 반올림 해 3천400원을 받는 겁니다. 10원 단위가 50원 미만이라 반내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반대로 카드 이용자가 요금을 더 냈습니다. 개인 이용자에게는 몇 십원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쌓이면 큰 돈이 될 수 있고, 엄연히 같은 구간을 통행하고도 돈을 더 내야한다는 부분에서 이용자들은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할증제 시행 초기라 홍보 부족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잔 돈을 잘 준비하고, 하이패스 보급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는 입장입니다. 현금 이용자와 카드 이용자간 요금 차이 문제만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상했던 교통량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요금이 5% 인상되면 교통량이 2% 가량 줄어들 거라는 연구 결과만 되풀이해 얘기했습니다. 아직 시행 초기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한국도로공사 생각대로, 아직은 시행 초기라 교통량 감소 효과 대신 이용자 불편만 늘었을 수 있습니다. 그 언젠가 하이패스가 100% 보급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해 보이는 여러 문제들을 놔둔 채 요금만 올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사전 예측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현장에 나와 봤다면 바로 철폐할 거라는 이용자의 불만 섞인 의견은 도로공사의 탁상행정을 꼬집고 있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