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영국 이어 프랑스"…'콧대 높던' 아카데미, 시야를 넓혔다

[김지혜의 논픽션]

지난해가 영국의 습격이었다면 올해는 프랑스의 습격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가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2년 연속 자국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에게 수여했다. 그야말로 파격이다.

지난 27일(한국시간)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가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 5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지난해 작품상을 수상했던 '킹스 스피치'가 별 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작품상을 가져갔다면 '아티스트'는 '휴고'와 '디센던트'라는 쟁쟁한 영화와의 경합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었다.

아카데미의 파격적인 행보는 가깝게는 지난해부터 멀리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인도 빈민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경우 인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는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자본이 투입된 영화였다.

지난해 영국 영화인 '킹스 스피치'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유럽 영화에 왕좌를 내줬다. 이어 올해는 사상 최초로 프랑스 영화에 주요 부문의 상을 안기며 또 한번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물론 오스카 트로피가 외화에게 돌아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 '인생은 아름다워'(1999)를 통해 이탈리아 출신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라비앙 로즈'(2007)를 통해 프랑스 출신의 마리온 꼬띠아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작품상과 감독상이라는 시상식 최고의 영예를 외화에 내준 것은 2011년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시상식이지만 엄밀히 말해 미국의 영화상이다. 때문에 그동안 자국 영화 위주의 시상을 해왔다. 외국의 수작의 경우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초대해 수상을 하거나 연기 부문에만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최근의 변화는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시야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국, 타국의 경계를 두기 보다는 좋은 작품에 수상의 영광을 돌리며 보다 시상식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또 권위 하락과 시청률 하락 등 안팎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시상식에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함으로서 다시 한번 터닝 포인트를 맞겠다는 전략적인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사진 = '아티스트'와 '킹스스피치' 포스터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