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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돈을 갖고 튀어라'…속고 속인 대출 사기

도넘은 저축은행 불법대출, 영화같은 일 벌어져

<8뉴스>

<앵커>

저축은행의 불법영업이 문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직도 일부 저축은행의 불법행태는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가 지나치다 보니 차명대출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갖고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기자>

백수인 주인공이 정치권의 비자금 차명계좌로 사용되던 자신의 통장에서 100억 원을 찾아 도망가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단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돈이 필요했지만 대출받을 자격이 안 됐던 건설업자 양 모 씨.

지난 달, 평소 알고 지내던 충남 한 저축은행 대출 팀장과 불법대출을 모의했습니다.

신용조건이 완벽한 제삼자의 명의를 빌려 차명 대출을 받기로 한 겁니다.

대출팀장은 명의를 제공할 사람으로 자신의 지인인 박 모 씨를 데려왔습니다.

이들은 대출요건을 갖춘 박 씨가 돈을 빌리는 것처럼 꾸며 5억 원을 대출받으면, 실제 이 돈을 사용할 양 씨가 대출금을 인출해 사용하기로 작전을 짰습니다.

하지만 명의만 빌려주기로 했던 박씨는 자신의 통장에 대출금 5억 원이 입금되자 마음을 바꿔 돈을 몽땅 찾아 달아났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 : 명예 차주, 이름 댔던 사람, 그 사람이 통장 없이 인출하는 거 있어요, 카드로. 그거를 신청해 놓은 거에요, 몰래. (돈) 도착하자 5분 사이에 돈 다 빼돌린 거예요.]

혹시나 잡힐 것을 대비해, '내일 찾으러 올 테니 잠시만 맡아 달라'며 5억 원 가운데 2억 7천만 원을 지인 2명의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대출팀장과 양 씨는 건장한 남성 6명을 동원해 돈을 입금받은 사람들을 찾아냈고, 이들을 찾아가 2억 7천만 원을 회수했습니다.

자기 돈은 아니지만, 영문도 모른 채 처음 보는 남성들에게 불려 가 억대 돈을 내 준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협박을 당했다며 대출팀장과 건설업자 양 씨 등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 측은 불법대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명대출 건 역시 차명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 명의로 담보도 받아놓은 데다가, 저축은행 사이에선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은행 관계자 : 대출 나간 거 맞고요, 차명 맞아요. 정상적인 대출이에요, 그거다. 대출받을 요건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랬을 때 제삼자 명의로 담보제공 하거나 타인의 담보 제공해서 대출도 하고 그래요. 그런 예가 비일비재해요.]

경찰은 해당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와 함께 나머지 돈 2억여 원을 갖고 잠적한 박 씨도 찾아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오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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