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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대기발령…' 은퇴 앞둔 남성 화병 급증

<8뉴스>

<앵커>

살다보면 화가 나도, 그냥 참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게 뭉치면 '화병'이라는 정식 질병이 됩니다.

요즘엔 은퇴 앞둔 남성들이 화병에 많이 걸린다는데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전문의인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한 회사의 업무회의 회의 초반, 대화는 차분하게 시작됩니다.

[타겟팅부터가 잘못된 것 같아요. 은미 씨는 왜 여성을 타깃으로 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중년 여성들이 아무래도 다른 타겟들보다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사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감정도 격해집니다.

[누가 아줌마들 한가하다고 그랬어? 은미 씨 어머니는 한가해?]

여성 부하 직원은 그냥 꾹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조민희(27세)/회사원 : 그 상황에서 제가 더 일을 크게 만들까봐 일단 조용히 하고.]

마음에 쌓아둔 울화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병이 되는데, 이게 바로 화병입니다.

40일 입원치료를 받았던 이 여성도 처음에는 중풍인 줄 알았지만 정밀 진단 결과 화병으로 판명됐습니다.

[화병환자 : (당시 증세가 어떠셨나요?) 갑자기 숨을 못쉬면서 등과 손에 마비가 왔습니다. 손을 쭉 뻗지 못할 정도로 등과 (손에) 마비가 왔습니다.]

화병의 국제적 진단명은 영어로 '화병' 그대로 씁니다.

화가 나더라도 그냥 삭힐 수 밖에 없었던 과거 한국을 보니까 이런 병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화병입니다.

이렇다 할 신체적 이상은 없는데도 통증이나 마비증세가 일어납니다.

또, 치료하지 않고 오래 놔두면 심혈관 질환이나 암의 위험도까지도 높아집니다.

한 화병 전문병원의 조사결과 지난 3년 새 환자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정년퇴직을 앞둔 베이비 부머 세대 남성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느는 추세입니다.

56세인 이 남성도 조기 퇴직을 당하면서 화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화병환자 : 내가 조기 퇴직할 이유 없는데, 대기발령을 받을 이유가 없는데…]

화병의 원인으로 여성은 배우자와 자녀 문제 등을 꼽았고, 남성은 본인성격과 대인관계, 직장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화가 쌓여서 폭발할 경우 여성은 자살이나 자해로, 남성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용천/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자살할 마음이 50% 있으면 남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미움도 같이 있는 겁니다. 자살률이 늘어나면 남을 해치는 비율도 동시에 늘어납니다.]

화병을 막으려면 화가 났다는 걸 먼저 인정하고 그 순간 호흡을 조절해야 합니다.

[김종우/강동경희대 병원 화병클리닉 교수 : 들어마시는 숨은 우리 몸 한테 긴장을 유발하고 내쉬는 숨을 이완을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볍에 들여마시고 길게 내쉬게 되면 분노의 수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하루 30분, 숨이 찰 정도로 걷고 화를 내게 만든 대상을 용서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때그때 화를 풀어 가는 게 화병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영상취재 : 노인식,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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