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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이비부머의 귀농 열풍, 그 성공의 열쇠는?

[취재파일] 베이비부머의 귀농 열풍, 그 성공의 열쇠는?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2.02.24 19: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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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베이비부머의 귀농 열풍, 그 성공의 열쇠는?
포도와 복숭아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영천이 요즘 귀농인들로 시끌벅적합니다. 대구, 경주, 포항과 이웃해 교통이 편리하고 재해가 별로 없어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귀농인들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다 농촌으로 들어와 평생 손에 흙 한번 제대로 묻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농사를 짓겠다고 왔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런 왕초보 귀농인들을 위한 곳이 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귀농 교육장입니다. 영천에서도 2월초 매주 월.수.금 3회씩 한 달간 84시간의 귀농교육과정을 개설했습니다. 늦추위의 기세가 대단했지만  출석률이 90%이상을 기록할 만큼 열기가 뜨겁습니다.

가장 관심있는 과목은 역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영농기법과 땅심 살리기 등으로 50~60대 남녀 예비농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강의 내용을 따라잡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이 수능 수험생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 설고 땅 설은 타향에서 생전 처음 도전하는 농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귀농인들의 눈을 반짝이게 했습니다. 또 가족의 생계가 걸려 더 이상 실패 할 수도, 물러 설 수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도 느껴졌습니다.

수강생은 113명, 이 가운데 80%는 귀농 2-3년차로 한두번쯤 농사를 실패해 본 뼈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귀농을 준비 중인 사람들입니다. 왜 이들이 귀농교육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지, 눈물나는 고생끝에 조금씩 정착해가고 있는 한 귀농인의 쓰라린 경험담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52살인 김모 씨는 귀농 7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20년간 커텐장사를 하던 김 씨는 지난2006년 장사가 잘 안 돼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손실이 커지자 고민에 빠졌습니다. 김 씨의 사정을 잘 아는 후배의 "농사나 한 번 해보시지 그래요?"란 말에 무작정 귀농을 결심하고 부인과 함께 복숭아와 포도로 유명한 영천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뒤라 손에 쥔 영농자금도 변변찮았던 김 씨 부부는 일손이 없어 놀리는 과수원과 논을 임대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씨 뿌리고, 김 매고, 거름 주면 다 잘 될 것 같던 농사는 초보 농군에게 값진 교훈을 안겨줬습니다. 아내와 함께 밤낮으로 뼈빠지게 논밭을 일궜지만 성과는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체계적인 영농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생산을 늘릴 수도, 품질을 높일 수도 없다는 평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 준 것입니다.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김 씨 부부는 곧장 농업기술센터로 달려갔고 매년 빠짐없이 영농교육에 참여했습니다. 배워야 산다는 말은 초보 농군 부부에게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노력에 비해 신통치 않았던 김 씨 부부의 농사가 서서히 결실을 거두게 됐기 때문입니다. 김 씨 부부가 농사에 눈을 뜨고 농촌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3년이라는 눈물나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성공한 귀농인들과 전문가들은 농촌생활에 대한 환상과 농촌을 현실도피처로 여기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때 여러 기업이 도산하면서 쏟아져 나온 퇴직자들이 장밋빛 꿈에 빠져 혹은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귀농을 택했다가 은퇴 자금까지 몽땅 날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했던 슬픈 사연들은 사전계획과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큰 돈 투자해 땅사고 농기계 구입하고 거창하게 시작하는 사람은 실패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영농자금이 넉넉하다 해도 우선 농사기술을 충분히 배우고 적절한 규모로 시작해 성과를 거두면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을 주민과의 친근한 관계맺기라고 합니다. 손 내밀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도와주고 양보하고 배려하면 텃세는 금새 사라질 것입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웃 주민들은 초보 농군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스승이자 도우미이기 때문입니다. 또 낯선 곳에서 정을 붙이고 살아가려면 말벗도 있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도 최근 귀농 손자병법이라는 7가지 귀농성공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귀농의 시작은 공부, 철저한 계획을 세우라는 뜻의 시계(始計). 둘째, 농촌을 알아야 농촌에 산다는 뜻을 담은 모공(謨攻). 셋째, 단순한 이주가 아닌 동화가 필요하다며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라는 군형(軍形). 넷째, 도시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유리함을 활용하는 군쟁(軍爭). 다섯째, 도시민들의 소비 트렌드를 확인하고 마케팅을 위한 정보를 활용하란 뜻의 용간(用間). 여섯째, 경쟁력 있는 블루오션을 찾으라는 의미의 허실(虛實). 일곱째, 귀농에 정석은 없다는 뜻에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으라는 구지(九地)가 그것입니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한국전쟁후 8년간 출생률이 급증했던 시대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농, 귀촌 열품이 뜨겁습니다. 이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농촌에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일궈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직한 땅의 품성을 본받고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땅은 술수와 편법을 용인하지 않으며 농부가 흘린 땀방울과 정성만큼 보답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를 배우고 직접 지었던 저의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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