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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단 변호사, 재판 흔적 안 남기고 '투잡'

<8뉴스>

<앵커>

돈 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박희태 국회의장은 수사 과정에서 튀어나온 2억 원을 변호사 수임료로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변호사를 겸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사건 수임을 허용하도록 국회법을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단, 자신이 속한 상임위 관련 사건은 맡지 못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이 단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18대 국회 4년간, 금배지 단 변호사들의 겸직 실태를 분석해 봤습니다.

먼저 박세용 기자입니다.



<기자>

직능단체 회장 자리를 놓고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원고 측 변호인으로 금배지를 단 현역 국회의원이 재판정에 나왔습니다.

[이명구/소송 피고 측 : 판사 앞에 금배지 달고 나가서, 국회의원 배지 달고 나가서 따지듯이 항의를 하는데….]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권한을 가진 상임위입니다.

상임위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금지한 국회법 40조를 위반했다는 논란 속에 재판은 국회의원 측 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역시 국회의원이 변론하니까 막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패소하고 난 다음에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성매매·조폭·마약·간통 등 민망한 사건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성매매 영업으로 기소된 한 남자는 현역 국회의원의 변호를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해당 의원 보좌관 : 의원님한테 꼭 맡아달라고 찾아오는 사람 건만 하세요. 클라이언트(고객)가 오면 이건 ○○○ 의원님 아니면 안 하겠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좀 더 은밀한 겸직 방법도 있습니다.

고문 변호사 혹은 대표 변호사를 맡으면 재판 기록 같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투잡'이 가능합니다.

한 법무법인엔 현역 의원 2명이 고문 변호사로 등록됐습니다. 홈페이지엔 국회의원이라고 강조돼 있습니다.

[해당 의원 보좌관 : 의원님이 변호사 하시니까 부탁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수임이 오면 법무법인에 줘서, 법인에서 처리하면 수임료의 일정 정도를 소득으로….]

'금배지의 힘'을 믿고 맡기는 사건을 넘겨주고, 고문료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받는 구조입니다.

아예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후배 변호사를 고용해 사건을 몰아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회의원 보좌관 :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도 새끼 변호사 두고 직접 개업해서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분들도 계신 걸로….]

18대 국회 4년 동안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사건을 맡았는지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한 의원은 114건의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고, 90여 건에 변호인으로 기재된 의원도 있습니다. 수십 건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수두룩합니다.

금배지 단 변호사들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도 없이 부와 권력을 양손에 거머쥐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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