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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켜진 하우스 속에선 무슨일이?

[취재파일] 불켜진 하우스 속에선 무슨일이?
어둠이 내린 뒤  차를 타고 농촌들녁을 달릴때면 비닐하우스마다 환하게 불을 밝힌것을 보신적 있을겁니다. 특히 대전-무주간 고속도로 추부IC근처엔 형광등,백열등,LED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들녁을 휘황찬란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대낮처럼 어둠을 밝힌 그곳에선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농민들이 혹시 밤늦도록 일을 하는것인가? 본능적 궁금증이 발동했고 직업병처럼 궁금증은 풀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비닐하우스안에는 촘촘히 매달린 전등아래 깻잎 수확용 잎들깨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더군요. 농민은 보이지않았습니다. 깻잎 생산을 위해 인위적으로 불을 밝혀 둔 것입니다. 삼겹살 구이나 쌈밥을 먹을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져서는 안되는 바로 그 고소한 들기름향에 알싸한 맛을 지닌 깻잎농장 이었습니다.

깻잎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루 15시간 가량의 일조량이 필요하다고합니다. 자연에선 여름철이면 몰라도 요즘처럼 겨울철엔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죠. 부족한 일조량을 보충하기위해 인공 불빛, 전등이 필요한겁니다. 이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잠'에 있었습니다. 깻잎도 사람처럼 잠을 자는데요, 문제는 잠을 자게 되면 꽃이 피고 종자를 맺게된다고 합니다. 전문적 용어로 영양생장에서 생식생장으로 전환되는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깻잎이 더이상 나오지않게되니 농민들은 큰 일이지요.

실제 잎들깨 모종을 옮겨심은 뒤 2개월 가량 지나면 첫 수확이 가능한데 잠을 자게 놔둘 경우 수확시기부터 한달뒤면 꽃이 핀다고 합니다. 깻잎 수확은 기껏해야 한 달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번식욕구가 생기는 경우는 잠을잘 때 뿐 아니라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도 발동한다고 합니다. 즉,날씨가 아주 무덥거나 한파경보가 내릴만큼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면 잎들깨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되고 다른 식물들 처럼 종족번식욕이 본능적으로 생겨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깻잎이 깊이 잠드는 시간은 밤12시에서 새벽1시쯤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시간대에 잠을 깨워야 꽃이 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농민들은 깻잎 숙면시간 앞뒤로 1시간씩 더 여유를 두고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름 안전하게,아니 혹시 잠을 못 깨울까봐 걱정에 밤11시부터 새벽2시까지 전등을 켜줍니다. 일부 농민들은 초저녁부터 5분 조명,15분 소등식으로 간헐적인 불밝히기를 하기도 합니다. 비싼 전기료 들여가며 깻잎잠을 깨우고 보니 역시 효과는 그만이었다고 하네요.

앞서 말했지만 잠을자게 두면 기껏 한달남짓 수확하던 것이 이렇게 인위적 불빛으로 잠을 깨워보니 10개월 가량 깻잎 생산이 가능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깻잎 잠을 깨워야만 할 확실한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켜놓은 하우스안 잎들깨 중엔 꽃핀것을 아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또 잎새가 땅쪽으로 늘어지기는 했지만 축축 처진것은 없었습니다. 깊은 잠이 든 깻잎은 아주 축~늘어져 마치 시든 잎새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깻잎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따냅니다. 화수분 처럼 따고나면 새잎이 나고 자라 계속 생산이 가능한것입니다. 인삼고장으로 알려진 충남 금산은 추부면을 시작으로 깻잎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연중 1천1백51톤을 생산,전국 생산량의 42%가량 차지할 만큼 깻잎 고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농가별 벌이도 짭짤해 비닐하우스 한 동<660-990제곱미터>에서 연소득 2천만 원 가량 올린다고 합니다.

조명시설은 형광등이 제일 많았고 백열등과 LED등 순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철엔 비닐하우스안 보조난방을 위해서도 백열등이 좋은데 60와트여서 대부분 농가들이 전기세 부담에 많이 쓸 수가 없다고합니다. 대신 20와트짜리 형광등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잠과 씨름을 벌이는 곳은 깻잎 농장뿐 아니라 장미농장도 있습니다. 충남 부여 세도면 비닐하우스 장미농장은 지난2천8년 부터 나트륨등을 설치해 1년내내 장미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불을 환하게 밝혀 잠을 못자게 하자 성장이 빨라 수확시기를 열흘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장미농장 주인은
졸업과 입학시즌이 화훼농가들에겐 대목인데 수요가 폭증할 때에 장미 수확을 좀더 자주 할수 있게돼 소득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백색장미인 마루시아품종이 효과가 높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야간 조명농법은 딸기,국화 품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먹거리와 장식을 위해 오늘밤도 화려한 불빛속에 잠을 빼앗긴채 졸고 있을 잎들깨와 장미의 희생에 고개를 숙이고 인간의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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