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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 축사만 잔뜩…모란시장에 무슨일이?

[취재파일] 개 축사만 잔뜩…모란시장에 무슨일이?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 개 도매시장이 열리는 이곳에 4.5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개 축사가 생겨났습니다. 이미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로 선정돼 철거가 예정된 곳인데, 느닷없이 개 축사는 물론 개 마릿수도 크게 늘어난 겁니다. 정부가 개발한다 하면 이권을 노리고 각종 업자들이 모여든다는데, 모란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모란시장 주변은 성남 여수 보금자리주택 사업 지구로 선정됐습니다. 개 도매상들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 4천 세대를 짓기 위해 상인들을 이주시켜야 하는 겁니다. 정부는 2004년 이 사업이 공고하면서, 이례적으로 축사를 운영해 온 상인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상가 분양권도 주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 일대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대에서 임대업을 해온 김 씨, 자신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뒤늦게 개 축사를 짓기로 합니다. 2008년에 축사를 한 채 지어 놓고 전국에서 개 120마리를 빌려왔습니다. 개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축사를 또 여러채로 쪼개서, 친인척들을 동원해 각자의 명의로 운영한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LH 공사에서 보상을 위해 실태 조사를 할 때는 '사업 공고 나기 전부터 여기서 축사를 운영해 왔다'고 둘러댔습니다. 김 씨와 친척들은 이런 식으로 LH 공사로부터 영업 보상금 1억 6천만 원에 상가 분양권 11개를 받았습니다. 상가 1곳에 거래 가격이 7천만 원 정도니까, 7억 7천만 원어치의 보상을 추가로 받은 셈입니다. 김 씨처럼 개 마릿수를 늘리거나, 뒤늦게 축사를 지어놓고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경찰에 적발된 것만 62명입니다. 상가 분양권과 보상금액을 모두 합치면 39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찰이 밝혀낸 부당 수령액이 한두푼이 아닌데, 이 막대한 보상금이 어떻게 지급된건지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LH 공사 직원이 실사에 나선건 2010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2004년에 공고가 났는데 그 사이에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6년 뒤에야 보상을 하려면 재산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실태 조사에 앞서 보상을 노린 개 축사들이 생겨났는데도 보상을 맡은 LH공사의  실태 조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축사 한곳에 10분에서 20분 정도 걸려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게 상인들의 증언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상인들이 작성한 재산 내역 신청서와 실제 현장 상황을 비교 대조하는 것 외에 다른 조사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사업 공고가 난 2004년과 이후 2006년에 찍은 항공사진을 비교해 봤는데요, 분명 2004년엔 빈 땅으로 나와있는 곳에 2006년 축사가 들어서 있는게 보이는데도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보상금이 지급됐습니다. 무엇보다 LH 공사 직원은 이 항공 사진들을 보관하고 있다 경찰에 적발됐는데, 이런 증빙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문제가 이렇게 커졌는데도, LH 측에서는 아직 경찰 수사 단계일 뿐이라며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LH 공사 측이 단지 실수로,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보상금을 잘못 지급했을 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모란 시장의 개 도매업자들은 영세 상인들이었습니다. 보상을 조금 더 받기 위해 사육하는 개 마릿수를 늘린 사람도 있고, 있지도 않은 축사를 급조한 경우도 있습니다. 적은 보상에 불만을 갖고 있던 상인들은 보상을 더 받게 돼 좋았겠지만, 이렇게 보상금이 늘면 당연히 아파트에 입주할 주민들의 분양 대금이 상승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또 이렇게 부당하게 지급된 보상금과 분양권도 재판을 거친 뒤에야 환수된다는군요, 아무래도 상황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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