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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회장님의 투자 비법이 주가조작?

[취재파일] 회장님의 투자 비법이 주가조작?

"오늘 증선위에서 저와 저희 임직원 중 몇 명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지난해 9월 그린손보의 RBC(위험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서 감독원에서는 저희 회사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험 부문에서는 우리의 일부 자산에 대해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하도록 요구하였고,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분기별 투자패턴에 대해 증권조사국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동안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밝혔지만 증선위의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되어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검찰에서도 성실히 답변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등 8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한 이후 이 회장이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증선위가 밝힌 이 회장의 주가조작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의 CEO가 맞나? 라는 의문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영두 회장은 그린손보가 보험영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손실이 누적되고 그 결과 지급여력 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하자, 그린손보가 보유 중인 5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하기로 한다. 보유주식의 평가이익을 증가시켜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증권맨 출신인 이영두 회장은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특히 특정 종목을 대량 보유하는 식의 투자방법을 구사해 왔다. 실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보험회사들은 운용자산 가운데 통상 8%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는데 그린손보는 전체 운용사산의 21%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또 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보유한 상장주식에서 이번에 시세를 조종한 5개 종목이 80%를 차지했다. 보험회사라기보다는 일종의 몰빵 투자펀드나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2010년 6월 자신의 前 직장 동료를 자산운용총괄 상무로 영입해 시세조종을 전담시킨다. 수법은 전형적이다. 매분기말 장 종료 임박해서 집중적인 고가 매수주문과 종가 관여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시세조종 주문만 3,548회에 달했다고 한다.

주가를 조작하는데 필요한 자금여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계열사와 협력회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그린손보가 시세조종을 시도한 5개 종목의 주가가 매분기말 평균 8.95% 인위적으로 상승했고, 이로 인해 지급여력 비율은 분기말 평균 16.9% 포인트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10년 3월부터 5분기 연속으로 분기말 지급여력 비율을 1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사실상 부실을 감춘 범죄 행위다.

이 회장 스스로 설명했듯이 이런 '윈도 드레싱(window-dressing,기관투자자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 종목의 종가 관리를 통해 펀드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행위)'은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국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린다. 더구나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에게 200억 원을 대출해 주면서 토마토저축은행 주식과 이라크 유전 투자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받았지만, 토마토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바람에 담보가치는 떨어졌고, 155억 원의 충담금을 쌓아야 했다. 지급여력 비율이 수직낙하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린손보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시정 조치를 받고 유상증자 등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 고발로 앞날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주식투자로 흥한 CEO가 바로 그 주식투자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측은 "장기 보유한 주식이고 부당한 차익을 실현한 적이 없는데 왜 죄가 되냐"는 주장을 펴며 검찰에서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회장은 안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보험자산을 왜 그렇게 무모하게 운용했는지에 대한 해명을 했어야 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거나 다른 보험회사로 계약이 이전돼 보험계약자의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고 해도 한 회사를 망가뜨린데 대한 사과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투자 귀재의 투자 비법이 고작 주가조작이었던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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