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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들 줄줄이…공포 휩쓴 마을, 무슨 일이?

<8뉴스>

<앵커>

충남 보령시 마을 주민들이 암에 걸려 잇따라 숨졌습니다. 10년 새 62명이나 됩니다. 의심가는 정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역학조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09년 충남 대천해수욕장 근처 바다를 수중촬영한 화면입니다.

바닷속, 해안 할 것 없이 어른 키만 한 탄피를 비롯해 녹슨 탄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군은 매년 보름 정도씩 포탄 탄피 수거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는 여전히 이렇게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탄피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바닷가 근처의 군 사격장에서는 3월부터 12월까지 사격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군 사격장 바로 옆 갓배마을입니다.

2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지난 10년간 암환자가 29명이나 나왔으며 이 중 18명이 숨졌다고 주민들은 주장합니다.

[임모 씨/암 발병 당시 고등학생 : 간염에서 전이가 돼 백혈병과 당뇨병이 걸렸죠.]

[임 씨 어머니 : 전혀 모르겠어요. 평소에 운동 많이 하고 잘 먹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렇게 와버렸어요.]

옆 마을 삼현리에서도 33명이 암에 걸렸고, 28명이 숨진 것으로 주민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암으로 돌아가신 분 손들어주세요.]

주민들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두 마을에서 발생한 암환자는 62명에 이릅니다.

[조일행/삼현리 이장 : 여기 첫 집, 검은 기와집. 저기 2층 집이 뒤가 가려서 그런데 거기도 있고. 다 암으로 죽은 사람들이에요. 거의 다.]

주민들은 지난 1968년 조성된 사격장이 암발병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탄피와 포탄의 화약성분 때문에 갯벌에 사는 어패류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추정입니다.

[임상혁/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군에서 사용되는 화약물질이나 폭탄·금속 물질에 의해 중금속과 화약으로 오염됐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노동환경건강 연구소 조사결과 이곳의 어패류에서 1급 발암물질 카드뮴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됐고, 갯벌에서는 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되는 화약물질 RDX가 검출됐습니다.

[정동길/암 환자 : (어패류를) 그냥 잡아다 먹고 그랬는데 그건 뭐 모르고 그냥 다 먹은 거죠. 화약냄새 많이 나고 그랬죠.]

하지만 당국은 암 발생과 군 사격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령시청 관계자 : 발암물질이 나온 카드뮴이 여기뿐 아니라 전 해역에 다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격장 관련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래요.]

두 마을에 암이 집중 발병하는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당국의 정밀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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