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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파리의 한류…K-POP 주류 진입?

[취재파일] 파리의 한류…K-POP 주류 진입?
파리에 또 한 번 한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K-Pop 스타 8팀이 와서 합동 공연을 하고 간 것입니다. 작년 5월 K-Pop 공연을 연장해달라는 프랑스 팬들의 플래시 몹 시위와, 파리 시내 공연장을 가득 메웠던 SM타운의 공연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열린 대규모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소녀시대와 2PM, 샤이니 등 유명 그룹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 치고는,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작년에 공연을 했던 제니트 공연장의 경우 6천 석 규모였는데, 첫 날은 매진이었고 둘째 날은 할인권과 초청장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번 공연은 파리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실내 공연장인 벡시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의 스타들이 공연을 하는 곳으로, 평균 15,000석이고 최대한 17,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번에는 객석의 규모를 11,000석으로 줄였다고 하는데 그나마 다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티켓이 평균 80유로 대(12만 원)였기 때문에 주 수요층인 청소년들에게는 너무 비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관객수가 8,000여 명이라고 하더군요.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실패한 공연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 사람은 다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8,000명 가까운 K-Pop의 열혈 팬들은 분명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번 공연 과정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작년 5월 첫 공연의 경우 주류 언론 어느 곳도 직접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르 몽드와 르 피가로 등이 기사로 다루기는 했지만, 공연 현장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도쿄 특파원이 서울에서 한류에 대해 취재한 뒤 기사를 쓰는 식이었습니다. 내용도 K-Pop 스타들의 선발 과정과 노예 계약의 문제들을 부각시켰고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공연 전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공연 1주일 전, 프랑스 최대의 방송인 민영방송 TF1이 일요일 저녁 7시대 매거진 프로에서 10여분 동안 K-Pop 현상을 다뤘습니다. K-Pop에 푹 빠져서 아예 한국으로 간 프랑스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등, 단 한 군데도 부정적인 내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무런 비판이 없어서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공연에 자체에 대해서도 주류 언론들이 직접 취재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르 몽드와 르 피가로 등 대표적인 신문사뿐 아니라 주류 방송사들도 파격적으로 K-Pop을 다뤘습니다. 프랑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채널 번호 순서대로 영향력이 있는데, 1번인 TF1은 공연 전에 이미 다뤘고, 4번인 까날 플뤼스가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지 프라임 시간대에 진행되는 뉴스 토크쇼에 소녀시대를 직접 출연시켰습니다. ‘더 보이즈’를 라이브로 선보인 소녀시대는 진행자와 소녀시대의 결성 과정 등에 대해 대화도 나눴고요. 좀 더 길게 나눈 대화를 ‘토크 박스’라는 코너로 따로 방송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아쉽게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채널 6번인 M6의 뉴스에서도 K-Pop 공연이 다뤄졌습니다.

희한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동양의 Pop 그룹들이 잠시 프랑스의 사춘기 청소년들을 현혹시킨 것이라는 식으로 백안시했던 프랑스 언론들이 K-Pop을 하나의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K-Pop의 기반이 그만큼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프랑스 언론 반응의 변화는 일부 매니어 층에 국한됐던 K-Pop이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럴 때가 중요합니다. 이번처럼 사전에 정확한 조사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공연들이 자꾸 이어지면 오히려 K-Pop의 가치만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지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기획사들이 유럽의 팬들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갖고, 현실적인 가격으로 적절한 규모의 공연들을 다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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