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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9400만 원짜리 새 차를 두 달 만에 망치로…왜?

"서울 대치동에서 차를 부수겠습니다"

[취재파일] 9400만 원짜리 새 차를 두 달 만에 망치로…왜?
"2012년 2월 7일 오후 3시 서울 대치동에서 차를 부수겠습니다."

회사로 날아온 팩스 한 장.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남성은 차 안에서 쇠망치를 꺼내더니 앞 유리를 사정없이 내리쳤습니다. 9천 4백만 원을 주고 산 최고급 차종인데 트렁크에 문제가 생겨 4번이나 수리를 받았는데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참다 참다 못 참고 결국 구매한 지 두 달 만에 자기 손으로 차를 부숴버린 겁니다.

흔히 신차를 '뽑기'에 비유합니다. 대량생산의 특성상 새 차에 고장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없는 차를 사는 건 행운과도 같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새 차를 구매한 뒤 반복되는 고장이나 결함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을 만나보니 운 없게 고장 많은 새 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업체의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7월 새 승합차를 마련한 이원만 씨. 이 씨의 차는 구입 보름 만에 경부고속도로에서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버렸습니다. 이 씨는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춰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제조사 측에선 즉각 무상수리를 해줬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이 씨를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차는 고속도로에서만 3번이나 더 멈췄습니다. 이 씨는 더 이상 차를 타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새 차에 대한 불만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자 울산에서 직접 올라와 하소연한 제보자도 만났습니다. 견적서에는 구매한 지 1년도 안 돼 받은 18번의 견적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엔진도 2번이나 교체한 상태였지요. 3년간 서른 번 넘는 수리에도 기어 변속에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만난 날 아침 이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그날은 아예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견인차까지 불러야 했습니다.

업체는 한결같이 "문제의 재연이 안 되니 고칠 수가 없다", "이젠 해결됐으니 안심하라"며 소비자를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고, 해결은 요원해서 소비자들은 계속 불만만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소비자원에도 신고를 했지만 "직접 견적서를 가지고 오라", "처리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말에 아예 신고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기사에서는 현행 소비자원이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만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권한을 격상해 강제적 처벌 권한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업계의 마인드가 변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이나 규정은 그래도 선진국 대열에 낄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소비자 배려가 극히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그만 고장이라도 무상수리를 맡기면 대신 이용할 차를 내주고, 수리 기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피해보상까지 해주는 미국의 서비스 정신을 우리나라 업계도 좀 배워 와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자동차 2천만대를 코 앞에 둔 글로벌 자동차 강국 한국에서 A/S에 불만을 품고 차를 부숴버리는 소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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