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1억개가 넘게 팔리는 약.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천억 원어치 팔린 약. 6초에 한 개씩 소비되는 대단한 약이 있다. 비아그라다. 지난 1998년 세상에 첫 등장한 비아그라는 지금까지 20억개가 넘게 팔렸다. 중국산으로 대표되는 '짝퉁' 비아그라까지 포함하면 그 시장규모는 2배를 훌쩍 넘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 비아그라의 특허가 오는 5월 끝난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것이다. 이제 실데나필을 이용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른바 '복제약'을 합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성분인 실데나필만 사용하면 같은 효능을 내는 제품을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 너도나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달까지 식약청에 비아그라 복제약을 만들겠다며 생동성실험을 신청한 국내제약사만 26곳이다. 생물학적동등성 실험을 줄여서 부르는 생동성 실험은 복용 후 혈액에 약 성분이 허용범위 내에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면 되는 실험이다. 대부분 큰 무리없이 통과한다. 특히 그동안 복제약에 주로 의존해온 국내 제약사들은 '약 베끼기'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력들을 자랑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천억 원에 육박하고, 불법적으로 팔린 짝퉁 비아그라가 2천억 원 정도로 추정돼 이 시장만 연 3천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베끼기도 크게 어렵지 않다보니 시장 나눠먹기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시장 선점 경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 제품 포장까지 끝내놓고 5월 17일 특허가 만료되는 즉시 그 다음날 시장에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제품의 모양도 먹기 좋게 바꾼 곳들도 많다. 약 이름들도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는 것들이 많다. '세지그라', '스그라', '자하자', '오르맥스'… 약 이름에도 등급을 매길 수 있다면 딱 '19금'이다.
복제약이 나오면 기존 비아그라 복용자들은 일단 한번쯤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약값 때문이다. 현재 비아그라 100mg짜리가 1만8천 원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결코 싼 약이 아니다. 복제약은 최소 30% 이상 싸게 팔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곳도 많아서 만 원 아래로 내려가는 약도 많을 것 같다. 싼 게 비지떡이라곤 하지만, 효능이 비슷하다면 굳이 비싼 돈을 줄 필요는 없을 터이니 복용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덕분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던 중국산 짝퉁 비아그라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제약 출시를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비아그라는 분명히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다.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쓰여야 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우리 사회에서 '비아그라'는 일종의 '정력제'로 쓰이고 있다. 복제약이 출시되면 제약사들의 판촉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성분명 처방이 아닌 약품명 처방을 채택하고 있다. 제약사와 의사간 리베이트가 뿌리 깊게 관행화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를 약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끈질긴 제약사의 리베이트 작전은 필연적으로 의사들의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 자기 검열을 느슨하게 만들 것이고 이는 발기부전 치료제 과다 복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여기에 제약사간 소송전도 대기 중이다. 비아그라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용도특허를 이유로 복제약 판매 중지소송을 제기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화이자가 주장하는 용도특허는 실데나필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용도에 주어진 특허다. 애초에 심혈관계 치료제였던 실데나필이 임상실험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주요한 특허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화이자의 용도특허를 인정해 2019년까지 미국에서 복제약을 만들지 못하도록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관련 소송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판결을 내려온 전례를 살펴봤을 때 발기부전 치료제 소송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하루라도 빨리 팔기 위해서 대형 제약사 2곳은 선수까지 쳤다. 화이자가 용도특허를 이유로 판매중지 소송을 못하도록 이미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복제약 출시로 인한 치열한 시장경쟁에 한치 양보도 없는 소송전까지… 세상의 빛을 본 이후 끊임없는 세간의 관심 속에 살아왔던 비아그라의 모진 운명은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나타난 이후에도 더욱더 기구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파일] 비아그라 특허 만료…신 비아그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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