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대륙의 맞선…내 '짝'은 어디에

바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남성, 결혼 힘들어져

[취재파일] 대륙의 맞선…내 '짝'은 어디에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죠,  바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지난 주말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중국 대도시 곳곳에서 대규모 공개 맞선 행사가 열렸습니다. 중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칭런지에(情人節)라고 부르는데,  '연인의 날'이란 뜻입니다.

사람 많은 중국답게 예상대로 행사장마다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엄청난 수의 젊은 남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주말 이틀 동안 중국 전역에서 10만여명이 맞선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는 1층 로비가 가득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중국내 회원수만 6천만명(6천명이 아니라 6천만명!!!)이라는 한 결혼정보업체가 마련한 행사였는데 4천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일요일 오후에 열린 또 다른 맞선 현장에도 3천여명이 몰려들었는데, 통상 참가자들이 수천명이다 보니 혹 머릿 속에 그려둔 이상형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참가비가 무료라는 점이 '공개 맞선 행사'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대학 다닐때 단체 미팅이라고 해봐야 고작 수십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엄청난 맞선 인파에 새삼 놀랐습니다.

공개 맞선 방식도 좀 독특했습니다. 먼저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벽면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직업 등등 신상정보를 담은 자기소개서를 붙여 놓습니다. 이를 보고 마음에 드는 남성이나 여성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 그 자리에서 만나거나 언제 만나자고 연락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과 관련해 옛날 로마시대 때, 여성이 항아리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고 남성이 이름표를 골라 '짝짓기'를 했다고 하는데 나름 현대판 버전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기소개서를 붙이지 않고 현장에 나온 여성이나 남성 가운데 끌리는 대상이 있으면 바로 인사를 건네고 만남을 가질수도 있습니다.

중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결혼 상대는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실상 우리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인품, 사람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고, 남성은 그 다음으로 여성의 외모,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우선적으로 꼽았습니다.

한 여성은 "키는 175cm 이상이고 성격 좋아야 하고 자신을 잘 배려해주는 남성"이었으면 좋겠다면서"직업은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월 수입은 5천 위안(90만 원) 이상"이었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인품 좋고 듬직한 남성"을 원한다는 여성도 있고, "일편 단심 자기만 사랑해줄 수 있는 남성"을 찾고 있다는 '애정파'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은 특히 여성의 외모를 중시한다며 "몸매가 예쁘고 피부도 좋아야 한다"고, 또 다른 남성은 "자기 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손잡고 같이 늙어갈 수 있는 여성"을 원한다며 빨리 그런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두 눈에 불을 켜고 행사장을 누비는 청춘 남녀들 뒤로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자녀의 배우자를 골라주기 위해 나온 부모들이었습니다.

자녀들이 부모가 이런 행사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 안된다며 대부분 촬영이나 인터뷰를 거부해 화면에 담지 못한 분들이 많지만 예상외로 그런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자녀들이 직장 생활에 바쁘다 보니 배우자를 못 찾고 있어서 자신들이 직접 적당한 상대를 골라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습니다. 맞선 행사에 몰린 인파 등 사람은 많아도 원하는 상대방을 찾기가 쉽지 않고, 특히 남성은 결혼까지 골인하기는 더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한 결혼정보업체가 회원 3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여성의 70.8%가 '집 없는 남성과는 결혼 못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여성 10명중 7명은 신랑감으로 '집 있는 남성'을 원한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인들도 결혼할때 집은 통상 남자쪽에서 구입하고 세간 살림은 여자쪽에서 마련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국도 '마이카'시대여서 자가용도 필수 혼수품인데 남자 몫입니다.

문제는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의 집값이 최근 몇년간 폭등해서 우리로 치면 20평대 신혼집도 보통 2억원 이상입니다. 중국 주요 인터넷 포털업체인 텅쉰닷컴이 도시별 결혼 비용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베이징의 경우 2위로 평균 결혼 비용이 3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1위는 개혁 개방 1번지 선전시로 3억 8천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중국 대졸 남성들의 평균 임금이 5천 위안(9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베이징의 경우 28.8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돈입니다. 물론 중국의 젊은 남녀들이 집과 자동차 등을 모두 갖추고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의 경제력이 점점 더 결혼 성사의 중요 조건이 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일부 완화가 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지난 수십년간 한 자녀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통상 2~30대가 결혼 적령기라고 본다면 중국은 요즘 소위 바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세대가 한창 결혼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들 세대, 특히 바링허우 남성은 집에서 '소황제'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과보호'속에 자라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중국인들은 말합니다. "바링허우 세대 남성들은 이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결혼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요즘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