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지가 나올 당시는 본격적인 공화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러려니 했겠지만 지금 롬니의 심정이 바로 이럴 겁니다. 롬니의 이력을 살펴보면 도무지 헛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입니다. 주지사에 대선후보까지 지낸 아버지를 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영화배우 못지 않은 수려한 외모에, 좋은 학벌에,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성공한 기업인에, 금상첨화로 그를 판박이로 빼닮은 다섯 아들까지…. 이제 대통령만 된다면 그의 완벽한 인생에 마지막 화룡점정이 되는 셈이겠죠.
그런데 타임의 제목처럼 사람들은 롬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반 유권자만 그런게 아니라 롬니가 몸 담고 있는 공화당원들조차 롬니에게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조건만 본다면 롬니 만한 후보가 없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썩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롬니는 지난달 시작된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기세를 올리며 '대세론'에 불을 지피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의 이혼 경력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일격을 당하더니 지난주는 3개의 주에서 샌토럼 후보에게 모두 패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렇게 공화당 경선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흥행에서는 성공이지만 롬니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나를 이렇게 싫어할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일년 내내 계속되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몇 개 주의 경선에서 패한다고 해서 후보가 되지 못하지는 않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오바마와 싸움이 될 만한 후보는 그나마 롬니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롬니가 지금처럼 유권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다면 본선에 가더라도 어려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다음 달 10일 10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까지는 경선이 없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롬니가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내 정확히 공략하지 못한다면 공화당 경선레이스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겠지만 롬니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런 순간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롬니의 약점은 무엇일까? LA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조나 골드버그는 롬니가 자신의 견해를 설명할 때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치인에게 진정성 부족이란 지적만큼 뼈아픈 지적도 없을 겁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온 롬니에게 진정성이란 곧 절박함을 경험해 봤느냐와도 일맥상통하는 지적입니다.
한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롬니의 정책을 비판하자 롬니는 그 주장을 반박하면서 "만 달러 내기를 하자"고 아주 쉽게 얘기합니다. 이 말이 나오자 마자 미국의 언론들은 보통사람들에게 만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인지, 롬니가 중산층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비꼽니다. 결국 롬니의 화려한 배경과 지금까지의 성공이 대선에 도전하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가장 큰 약점임에 분명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번 대선이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라고 말합니다.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재임을 바라지 않는 미국인들의 바람이 얼마나 큰가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질 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롬니를 뽑더라도 그건 롬니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바마의 재선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봐야 할 겁니다.
한국에서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환골탈태를 위한 작업에 분주합니다.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인물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열심이지만 앞서 롬니의 경우처럼 사람들이 왜 자기를 싫어하는지를 냉정히 따져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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