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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웃도어 제품, 왜 우리나라에서만 비쌀까?

[취재파일] 아웃도어 제품, 왜 우리나라에서만 비쌀까?
'아웃도어 제품= 비싸다'는 등식은 이미 오래 전에 성립됐습니다. 수십만 원짜리 패딩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입니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패딩들도 백화점에서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아무리 비싸다고 지적을 해도 수입업체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싸도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비싸다고 다들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잘 팔리니까 수입업체는 가격을 내릴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서울 YMCA가 해외 아웃도어 제품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5개사 23종에 대해 국내와 해외에 있는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을 단순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우리나라에서 훨씬 비쌌습니다. 고어텍스를 사용한 의류는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판매가격보다 최고 89.3%나 비쌌고, 고어텍스를 사용한 등산화는 두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났습니다. 다운페딩은 심지어 두 배가 넘게 비싸게 팔리고 있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참 불쾌한 소식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 같고, 마치 사기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수입업체들은 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은 운송비와 관세, 부가가치세 등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유통비용이 빠진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물론, 이런 비용을 포함하면 가격차이는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듯 합니다.

비난의 화살은 전적으로 수입업체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업체에게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며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고 그들의 도덕성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입업체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업체들은 엄연히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싸게 만들고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적인 집단입니다. 만약, 업체들이 단합을 했다거나 소비자에게 사기를 치지 않는 이상, 업체가 마케팅을 통해 제품의 이미지를 올리고 최대한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자 노력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기업활동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교과서에서도 배웠듯이 가격이라는 것은 기업이 비싸게 팔고 싶다고 비싸게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요과 공급이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겁니다. 결국, 비싼 가격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형성되는 겁니다. 한 국내 아웃도어 제조업체 간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충분히 입을 만한 20만 원 짜리 제품을 내놓으면 잘 안 팔리지만, 기능을 조금 더 추가해 40만 원 짜리 제품을 내놓으면 그 제품은 잘 팔린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비싼 것은 무조건 고가의 제품만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왜곡된 인식이 낳은 결과라는 겁니다.

                       


하지만, 업체들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폭리라는 것은 정상적인 영리활동이라고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수입품의 경우 마진이 35%라는 게 유통업계의 정석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왜곡된 인식이 이 마진을 더 높여주면서 업체들이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1년만 지나면 아웃렛이나 인터넷에서 반 값 이하로 팔리는 제품들을 보면 얼마나 마진폭이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업체들이 결코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유통비용만 줄여도 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쓴 광고들이 TV와 신문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 막대한 광고비는 그대로 제품 가격에 반영돼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백화점 위주로 된 판매망에도 거품이 가득합니다. 임대료는 빠질 수 있겠지만, 백화점에 내야 하는 높은 수수료와 각종 백화점 할인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로 광고를 하지 말게 하고 백화점 입점을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업체의 자정노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사회는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준 동시에 사회적인 책임도 함께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 상당부분의 책임에는 규제가 따르지 않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해외 브랜드인 경우에 단지 한국 시장은 판매처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현상이 강한만큼, 지금 아웃도어 제품에 쏠린 관심이, 쌓여만 가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사실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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