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부금은 전적으로 대학의 교직원들과 동문들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교수들이 다니면서 기부금을 받아오기도 하고 뜻있는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학교의 발전을 위해 모은, 대학이 관리해야 하는 대학을 위한 돈입니다. 그런데, 숙명재단은 이렇게 대학으로 들어온 기부금을 재단의 돈처럼 사용했습니다. 학교로 들어온 돈을 재단의 계좌로 입금받아 마치 재단이 대학에 지원해 주는 것처럼 대학운영지원금으로 학교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렇게 세탁된 기부금 금액은 지난 15년간 685억 2572만 원에 달합니다.
1994년부터 재단기여도가 학교종합평가에 반영되면서 이같은 편법이 등장했습니다. 재단이 학교의 운영지원금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숙명여자대학교의 학교평가는 낮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학교 평가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재단의 횡포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숙명여자대학교는 지난 2009년 10월, 재단에 문제제기를 해 바로잡았습니다.
재단과 학교 사이에서 이뤄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재단은 15년의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부금이 제자리를 찾고 난 2009년부터 재단이 학교에 지원해주는 돈은 단 한푼도 없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관계자는 재단이 학교를 지원해 주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5년간 아무 문제 없이 해왔던 일을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해온 대로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아직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숙명재단의 무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숙명재단은 교직원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을 지원해 주기 위해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1998년 이후 단 한푼도 지원해 주지 않았습니다. 재단이 재정이 부족할 경우 학교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한 겁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확인한 결과, 올해 예산 기준으로 재단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은 43억 원입니다. 하지만, 재단에서 이 돈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결국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그럼 대학이 이 비용을 어디서 부담할까요? 결국 등록금 밖에 없습니다. 대학도 나름의 수익사업을 통해 이런 재원을 충당해야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가장 중요한 재원인 등록금을 더 받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겁니다. 결국, 재단에서 지원받지 못한 금액만큼 등록금이 더 필요합니다. 그만큼 등록금을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가 낳은 결과는 자명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의 등록금은 가파르게 올라 지난해에는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보다 110만 원이나 비싼 864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자연히 등록금에 대한 의존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 의존율은 2005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숙명여자대학교는 계속 증가해 지난 2010년에는 4년제 사립대학 평균을 웃돌게 됐습니다. 결국, 재단이 부담해야할 몫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는 겁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올해 등록금을 2% 내렸습니다. 등록금 2% 내리는데 드는 비용은 22억 원입니다. 만약 올해 재단이 지원해 주지 않아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43억 원이면 등록금을 4% 정도 추가로 더 내릴 수 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재단이 도와주지 않은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하다 보니 등록금을 더 내릴 수도 없고, 비싸진 등록금에 대한 비난은 온전히 대학에게로 쏟아집니다. 그렇다고 대학이 돈을 벌기 위한 장사에 나서면 또 그에 따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숙명여자대학교와 학생들은 재단이 학교를 위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