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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철새 월동지에 웬 1000명 참가 낚시대회?

<8뉴스>

<앵커>

평화롭게 노닐던 두루미 둥지 앞에 어느 날 갑자기 10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왁자지껄하게 낚시 대회를 열면 어떨까요? 희귀 철새들이 둥지를 트는 강원도 철원군 토교 저수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김형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제방을 쌓아 조성된 토교 저수지입니다.

쇠기러기 떼가 군무를 펼치고 천연기념물인 고니 가족이 한가로이 놀고 있습니다.

역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독수리도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토교 저수지의 제방 한쪽엔 보시는 것처럼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철새들의 월동지인 이곳에 오는 일요일, 낚시꾼들이 대거 몰려들 예정입니다.

1000여 명 가량이 참가하는 얼음낚시 대회가 예정돼 있는 것입니다.

환경단체들은 한꺼번에 많은 낚시꾼이 몰려들어 얼음을 깰 경우 철새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김수호/한국조류협회 사무국장 : 사람들이 여기 다 들어가 있으면 저기 새들이 앉아 있고 쉬고 있는데 새들이 쉴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에요.]

실제로 얼음을 깰 때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해 봤습니다.

한 사람이 얼음을 깰 때 생기는 소음은 78db, 1000명이 동시에 얼음을 깰 경우 소음은 110db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배명진/숭실대 음파공학과 교수 : 천둥·번개가 쳤을 때 그때 한 110db, 그게 분지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림소리까지 같이 들린다는 거죠.]

대회를 허가한 철원군은 주민 소득에 도움이 되고 저수지에 서식하는 외래어종도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철원군청 공무원 : 지역 주민들도 허락을 하시고 환영을 하시기 때문에, 약간 철새들한테 스트레스는 있더라도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철원군은 대회 시간을 한 시간 줄이고 철새 먹이주기 행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사가 강행되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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