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를 웃돌아 그리스 등 유럽 재정불안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3월 말까지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지만 야당이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일본의 재정건전화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한국경제에 간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게다가 일본 자금이 한국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에 부담을 준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도 우려된다.
◇ 일본 국가 부채비율 220%…그리스 상회
5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작년 일본 정부채무의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11.7%에 달했다.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8.9%로 추정했다. 올해 전망치는 국가 부채비율 219.1%, 재정수지 비율 8.9%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을 작년 233.4%, 올해 238.4%로 예상했다.
이는 유럽에서 재정난을 겪는 피그스(PIIGS)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OECD 추정 작년 피그스 5개국의 평균 정부 채무 비율은 118.3%로 이중 그리스 165.1%, 이탈리아 127.7%, 아일랜드 112.6%, 포르투갈 111.9%, 스페인 74.1%였다.
일본의 재정문제가 부각되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해 중국, 말레이시아 수준을 웃돌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현재 일본의 CDS 프리미엄은 136bp였고 말레이시아는 134bp, 중국은 132bp였다.
작년 3월 대지진 당시(118bp) 일시적으로 역전된 것을 제외하면 일본 CDS 프리미엄이 말레이시아보다 높은 적은 없었다.
◇ 자국민 국채 매입으로 버티기…점차 소진
일본은 재정상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버티고 있다. 자국민이 국채를 사줘 국채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 매입자의 95%는 자국민이다. 금리가 낮아서 이자비용 부담도 적다. 지난 2일 현재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955%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국채 수요가 소진되면 국채금리가 오르고 국채상환 압력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재정 악화로 일본 국채의 매력이 떨어지면 일본 국민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자국민이 국채를 사줘 금리가 낮아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 소진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가계금융자산 대비 정부 채무비율은 2009년 기준으로 91.1%였다. 미국(41.2%), 영국(43.0%), 독일(58.8%), 프랑스(73.5%) 등과 비교해 자국내 국채 소화 여력이 적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이 고령화로 저축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국채를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재정건전화 방안 추진 난항…야당 반대
일본 정부는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한 뒤 야당과 협의를 거쳐 관련 법안을 3월 말까지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일본의 2012회계연도 예산안 규모는 특별회계로 편성된 지진복구비용을 포함해 전년 대비 4.1%, 신규 국채발행액은 5.9%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일본 정부는 세수 증대를 통해 재정지출을 충당할 예정이다.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2011년부터 5년간 19조엔의 부흥 국채를 발행하고 부흥특별세를 신설해 25년에 걸쳐 상환할 계획을 세웠다.
또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부터 8%로, 2015년 10월부터 10%로 인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로 부흥특별세 상환기간이 연장됐고 증세 대상도 축소됐다. 소비세율 인상 시점도 협의 과정에서 각각 6개월씩 연기됐다. 일본 참의원(상원)은 여소야대 상태다.
국제금융센터 손영환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법안이 야당 반대로 차질이 생기면 일본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일본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세계경제 악영향 우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서 일본의 재정 악화는 세계경제를 또다시 혼란으로 빠뜨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막대한 국가 부채에 따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화 추진 지연을 이유로 작년 1월 일본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어 같은 해 4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11월에는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피치는 5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고, 8월 일본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무디스는 지난달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일본의 작년 무역수지는 2조4천927억엔으로 1980년 이래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 재정 악화로 흔들리면 인접국인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올 수 있다"며 "세계경제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은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문정희 연구원은 "디폴트까지 갈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엔고 현상 등이 지속하면 한국의 대일무역 적자가 늘어나고 일본 기업의 부실로 부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일본 신용등급 강등 임박…한국 경제에 찬물
일 국가부채 GDP 200% 상회…재정건전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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