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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경협 수사 중단…체면 구긴 검찰

실수 인정하고 남은 수사 올인해야

[취재파일] 김경협 수사 중단…체면 구긴 검찰
대한민국 검찰이 체면을 구겼습니다. 기세 좋게 시작했던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돈봉투 수사가 헛발질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26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 당일, 부천 원미 갑 예비후보 김경협씨가 돈봉투를 뿌린 걸로 보인다며 압수수색에 소환까지 했지만, 결국 돈 봉투가 아닌 초청장을 돌렸다는 김 씨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를 중단한 겁니다. 당장 언론은 '헛발질 수사', '부러진 檢' 등 검찰의 경솔했던 수사를 비판하는 제목으로 도배됐습니다.

돈 봉투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 검사는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리 A4 용지로 준비한 발표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발표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은 KBS 및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서, 공개된 장소에서 금품이 수수되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고 CCTV 동영상 확인 결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등 수사를 전개하였습니다. 김경협 예비후보자의 주장 수수자인 김모 인천계양 예비후보자의 진술 및 과학적 분석 내용 등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 출판 기념회 초대장을 배포하였다는 김경협 후보자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화장실에서 돈봉투가 배포되었다는 1월 19일자 KBS 보도, 예비 경선장에서 차비 명목의 금품이 지급되었다는 1월 20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CCTV 동영상에 비추어 3자가 금품을 살포하였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빨리 정리하지 않을 경우 선거를 앞둔 예비 후보 김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이익을 줄 수 있고,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하는 야권의 비난 목소리에 신속히 응답하는 게 향후 검찰이 공격받을 빌미를 차단하는 길로 판단한 겁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X을 싸질러놓고 그냥 뭉개고 앉아 있을 수 있겠냐"는 말로 상황을 함축했습니다.

길지 않은 법조 출입 경력이지만 특정 피의자의 무혐의 내지는 수사 중단에 대해 검찰이 이렇게 신속히, 공개적으로 공표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통상 혐의가 없더라도 전체 수사를 마무리할 때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불기소하면서 정리하는 게 지금까지 관례였습니다.

수사 중단에 대한 비판 여론을 놓고 검찰 내부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돈 봉투가 오갔다는 구체적인 증언과 보도가 이어졌으니 CCTV를 압수수색해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고, CCTV 상에서 김 후보가 봉투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건네는 장면이 찍힌 만큼 사무실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려 한 게 잘못됐냐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법원도 검찰의 주장을 수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내줬으니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할 수 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할 말이 없습니다. 수사 대상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검찰로선 보다 신중히 접근하고, 수사에 임했어야 합니다. CCTV 상에서 수상한 모습이 포착됐다면 요란하게 선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은밀히 상황을 살피거나 관련자를 조사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비교적 속도와 성과를 내고 있는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 수사처럼 민주통합당 쪽도 뭔가 진척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입니다.

이번 수사 중단 사례는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사건 관계자들이 형평성을 주장하면서 같은 요구를 할 경우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입니다. 다만 이런 해프닝으로 검찰의 돈봉투 수사가 희화화하거나 의미가 퇴색되서는 안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청산하지 못한 돈 선거 풍토를 걷어낼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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