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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육포 샤넬…장판 샤넬…

명품가방의 재해석

여성들의 로망 1순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단연 ‘샤넬백’이 꼽힐 것입니다. 그 놈의 ‘샤넬백’이 뭐기에……. 불과 4년 전 3백만 원 대던 백 하나 가격이 지금은 6백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가방인데, 물가상승률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샤넬 매장에는 ‘샤넬백’을 ‘품으려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이 ‘샤넬백’을 소유하려는 것이죠. 그래서 이른바 ‘샤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많이 비싸더라도 ‘샤넬백’을 사두면, 몇 년이 지난 뒤 중고로 내다팔아도 오히려 산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라나요. 아무튼 우리나라 ‘명품 열풍’의 ‘절정’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뭐 얼마나 훌륭한 가방이기에 수백만 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일까요? 최고급 가죽에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몇 날 며칠을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여느 가방과는 다른 품질과 디자인을 자랑하겠지만, 절반 이상은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 낸 ‘값’이겠죠.

‘샤넬백’과 똑같은 동물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가격은 완전히 다른 가방이 있습니다.

 

이 가방의 재료, 혹시 아시겠습니까? 다름 아닌 육포, '육포백'입니다.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는 한 학생의 작품이라는데요, ‘똑같은 가죽으로 만든,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인데, 샤넬백이랑 뭐가 다르냐’고 묻고 있는 듯 하죠. ‘식용’ 육포로 만들었으니, 인체에 무해한 재료 사용에, 배고플 땐 뜯어먹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해야 할까요.^^;;


이 가방도 그럴싸해 보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색깔.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죠? 식당 같은 곳에 깔려있는 장판입니다. 그것도 한 마에 2만 원 하는, 장판 가운데에서도 가장 저렴한 장판입니다. 고급 장판 홍수 속에 이제는 아예 단종이 되어 버린 종류라고 하네요. 그 위에 올라가 뒹굴고, 밟고, 문지르고 해도 수십 년을 거뜬히 견디는 그 장판이 가방 재료가 됐으니, 참 단단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장판백'은 이대 앞에서 30년 동안 가방을 만들어 시장에 납품해 온 ‘가방의 달인’ 박정수 씨의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수입 가죽부터 일반 천까지 온갖 재료로 가방을 만들어 왔지만, 장판으로 가방을 만들어 본 건 처음이라는데요, 사실 박정수 씨는 지난가다 한 번 본 가방도 그대로 만들어 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장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명품 가방과 비슷한 모양새의 가방을 주로 만들어 왔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명품 가방을 닮은 가방만이 시장에서 팔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정수 씨도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합니다. 디자인만 안 할 뿐이지, 가죽 재단부터 박음질과 마무리까지, 들어가는 노력은 ‘명품 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정수 씨 가방은 비싸봐야 수십만 원(이것도 비싼 수입 가죽을 사용했을 때 가격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몇 만 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박 씨는 그게 다 ‘브랜드 값’이지만 ‘내가 이름이 없는걸 어쩌겠냐’고 허허 웃습니다.
 


이 가방은 그야말로 여자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것입니다. 명품 가방이긴 명품 가방인데, 바로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설탕백'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이 다 들어간 것이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듯 하죠. 하지만, 이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비라도 오면 큰일입니다. 혹은 날이 조금이라도 더워지면 큰일이죠. 가방이 다 녹아서 끈적끈적 설탕물만 남기 때문입니다!

명품도 ‘설탕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예쁘고, 달콤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다 부질없이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법정스님의 ‘무소유’까지 생각나게 하는 ‘짝퉁 명품 가방’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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