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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레스토랑 '꽃뱀'의 실체

- 그놈의 '폼생폼사'

[취재파일] 레스토랑 '꽃뱀'의 실체

레스토랑 '꽃뱀', 수법은 간단히 이랬습니다.

1.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를 만나 연락처를 교환한다.
2. 저녁을 사 달라며 남자를 불러낸다.
3. (고용된) 식당에 문자로 연락해 도착 시각을 알려준다.
4. 남성을 만난 뒤에는 우연히 가는 척 식당에 데리고 간다.
5. 종업원이 내게(여성)만 준 메뉴판에서 코스 음식을 시킨다.
6. 코스 음식에 포함된 하우스와인이 맛이 없다고 말한 뒤,
7. 달달한 와인을 마셔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한다.
8. 아무리 취했어도 끊임 없이 와인을 시켜 마시고 또 마신다.
9. 남자가 결제를 하고 나면 연락을 끊고 커미션을 챙긴다.

이런 식으로 이른바 레스토랑 '꽃뱀'은 한 끼 식사를 할 때마다 평균 10만 원, 많게는 40만 원까지 챙겼습니다. 전체 밥 값의 10~20%를 받았다니, 한 끼 밥 값이 평균 100만 원, 최고 200만 원까지 나왔다는 얘기네요.

                       



물론 메뉴판은 여성에게만 지급됐고, 주문도 모두 여성이 합니다. 흑심에 가득 찼을 남성들은 여자가 얼마짜리를 시켰는지도 모르고, 와인을 연거푸 들이키니 속으로 엉뚱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한참 뒤 계산서를 받고나서야 눈 앞이 깜깜해졌을 겁니다.

음식 가격은 1인당 15만 원 수준으로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여성들이 공략한 와인이었는데, 1잔에 5만 원. 스테이크와 달리 쭉쭉 들이킬 때 마다 매상이 오르는 점을 노린 겁니다.

여성들이 마시기 좋게 아이스와인을 팔고 있었는데, 원가 3500원짜리를 5만 원에 팔았으니 15배 가까이 폭리를 취한 셈이죠. 스테이크 고기도 육우 최하등급이었다고 경찰은 귀띔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수 많은 남성들을 속인 수법 다음으로는, 과연 어떤 여성이 꽃뱀 역할을 했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20대로 30대 여성도 간혹 있었다는데, 피해 남성의 나이대를 보니 30대도 나름의 공략층이 있었습니다. 대학생도 있었고, 백조, 평범한 직장인, 간호조무사 등 직장은 굉장히 다양했는데 공통점은 '술을 잘 마신다'였습니다.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켜야 가게도 좋고 여성도 좋으니, 주량이 중요했던 겁니다. 쏘맥이라고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로 15잔 이상 마신다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얼마나 예쁘길래?' 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막상 취재 중에 만난 피해 남성들은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여성들 프로필을 봤던 경찰들도 연애인의 외모는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다섯달 동안 경기도 부천의 한 레스토랑에서만 7백20여 명의 남성들이 당했습니다. 똑같은 수법이었지만 별 다른 저항도 없었고, 경찰이 출동한 적도 없었습니다. 환심을 사야하는 여성 앞에서 가격 때문에 왈가왈부 하는 것이 '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피해 진술을 위해 경찰서를 찾은 한 30대 남성도 그 부분을 가장 아쉬워하고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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