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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 개 천원하는 왕만두를 아시나요?

-불황을 보여주는 간식거리

[취재파일] 한 개 천원하는 왕만두를 아시나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 천원으로 든든하게 사먹을 수 있는 간식이 뭐가 있을까요. 제과회사에서 나오는 과자나 빵류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살펴보면 떡볶이나 순대는 오래전에 1인분이 2천원을 넘어섰습니다. 군고구마도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1천 원 김밥은 예전만큼 자주 보이지 않습니다. 보인다 해도 확연히 예전에 비해 속이 부실해 진 게 느껴집니다. 1500원으로 오른 곳도 많고요. 길거리 지나다니다 볼 수 있는 왕만두가 눈에 띈 이윱니다. 수년째 천 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왕만두 하면 분식집이나 칼국수 집에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1천 원 왕만두는 이런 만두들보다는 훨씬 큰 크기입니다. 발효된 밀가루 피를 사용해서입니다. 속은 돼지고기와 양파, 부추, 무말랭이 등으로 구성됩니다. 칼국수집의 '평양 왕만두'처럼 돼지고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꽉 찬 속에 즉석에서 쪄내는, 어른 주먹보다 큰 크기라는 점에서 볼 때 최근 단돈 천 원으로 사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 가운데 가장 가격대비 효용이 큰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천 원 왕만두를 파는 가게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대도시 번화가를 중심으로 속속 생겨났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프랜차이즈 업체가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에서 만들어지면서 부터입니다. 이때는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가 불황으로 진입하던 때입니다.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기 시작한 때 왕만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왕만두 집을 하는 분들과 왕만두를 사먹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기불황이 시작된 이후 왕만두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왕만두의 가격과 크기가 매력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음식이 아니면서 동시에 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 -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왕만두집 단골들이 왕만두를 좋아하는 이유였습니다. 아기들과 함께 먹는 엄마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큰 크기 때문에 먹고 나서 포만감이 드는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은 번화가에서 2,30대들이 꾸준히 왕만두를 찾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게 사장님들은 쉬운 조리 방법과 적은 창업비용을 장점으로 들었습니다. 만두피는 발효시키면 되고, 속도 미리 만들어 놓는 게 어렵지 않고 체인점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공해 주니 편하다는 겁니다. 포장판매만 하니 인테리어 비용도 큰 평수도 종업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1억 원 내외로 문을 열 수 있었답니다. 중산층 이하 월급쟁이들이 퇴직 이후 마련할 수 있는 목돈 수준입니다. 월급 버느라 허덕이고 살아와 따로 창업을 위한 기술을 배우기도 여의치 않고 돈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결국 소비자나 창업자에게 왕만두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건 '가벼운 주머니'였습니다. 갈수록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발에 땀나게 노력하고 상사 눈치 보며 일해도 월급 상승은 그에 못 미치는 현실 말입니다. '천 원 왕만두'는 수년째 계속되는 팍팍한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이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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