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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러분의 임시 타이어는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 여러분의 임시 타이어는 안녕하십니까?
<3~4년 전부터 자동차 제조사들이 크기와 폭을 확 줄인 스페어 타이어를 차량에 적재, 출고시키고 있다. 스페어 타이어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시험을 해봤는데 눈 내린 굽은 도로에서 제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제조사들은 그러나 타이어의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만약 스페어 타이어가 펑크가 나면 가까운 정비소까지만 가서 교체를 하면 되고 아니면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르면 된다고 해명한다>가 '위험천만' 임시 타이어의 기사 내용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메일을 보내신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아니, 스페어 타이어의 크기가 달랐어?', '보니까 진짜 리어카 바퀴 같던데, 실제 위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에서부터 '그러니까 스페어 타이어라고 부르는 거지', '요즘 정비소도 많이 생겼고 또 긴급출동 서비스는 폼으로 있나' 등등 말이죠.

그래서 '스페어 타이어' 아니 '임시 타이어'에 대한 취재 뒷얘기와 함께 그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어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스페어 타이어' 아닙니다. '스페어'는 우리말로 '여분의'로 번역됩니다. 자동차의 순정 타이어 4개 중 1개를 못쓰게 됐을 때 그 타이어의 역할을 비슷하게 대체해줄 수 있는 타이어란 뜻이지요. 그래서 크기와 폭이 달라진 타이어는 '임시 타이어'가 맞습니다. 업계에서는 '템퍼러리 타이어(temporary tire)'라고도 부릅니다. 그야말로 잠깐만 사용할 수 있는 타이어란 말이지요.

[임시 타이어는 시속 80km 이하로만 달릴 것, 운행 거리는 최대 80km로 할 것, 가까운 정비소에서 순정 타이어로 교체할 것...] 제조사들이 임시 타이어에 대해 경고한 문구입니다. 뒤집어 보면 제조사들 역시 임시 타이어가 그만큼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지요. 그런데도 왜 임시 타이어를 넣어뒀을까요? 왜 일방적으로 순정 타이어에서 임시 타이어로 바꿨을까요? 왜 차량을 판매할 때 임시 타이어가 순정 타이어와 다르다는 것을 얘기해주지 않을까요? 왜 소비자들에게 임시 타이어와 순정 타이어 중 한 쪽을 택할 권리를 주지 않을까요? 이같은 질문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사실은 바로 그 속에 제조사들의 철저한 이기주의가 녹아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 기아, 르노 삼성, GM대우 등 제조사 3곳의 변은 이렇습니다. 임시 타이어로 바꾼 이유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이죠. 연비,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민감한 화두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높아졌는지 공식적인 결과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3곳 모두 회사 차원에서는 따로 실험한 데이터가 없다는 답변을 해왔습니다.

황당했지만 이번엔 다른 걸 물었습니다. 크기와 폭이 다른 타이어를 달아놓으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데 임시 타이어와 관련된 실험은 했는지 말이죠. 돌아오는 답변 역시 따로 실험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임시 타이어의 제동 능력은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더군요.

그래서 직접 나섰습니다. 때가 겨울인 만큼 눈길에서의 굽은 도로를 가정했습니다. 제동력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가정이라는 자동차학과 교수님의 조언을 따랐습니다. 시험에 동원된 차량이 전륜 차량(앞 바퀴에 엔진 구동력이 미치는 자동차)이라 뒷바퀴 한 쪽을 제거하고 임시 타이어를 달았습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혹시 시청자분들도 전륜 차량의 앞 바퀴가 펑크가 나면 우선 뒷바퀴를 떼어다가 펑크난 바퀴를 대체한 뒤 그 뒷바퀴 자리에 임시 타이어를 장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는 타이어 제조사 연구원들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특히 속도도 제조사들이 정해준 규정 속도보다 절반 정도로 줄였습니다. 굽은 도로를 달릴 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훨씬 더 줄였구요.

원래 차량과 임시 타이어를 단 차량을 모두 몰아 본 경력 16년의 운전자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임시 타이어를 달았을 때 제동이 잘 안되고, 눈길 굽은 도로에서 바깥으로 훨씬 더 밀린다. 바퀴 떨림도 더 크다"고 말이죠. 그의 말은 촬영된 영상과 비슷했습니다.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말해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임시 타이어의 가격이 순정 타이어보다 최대 5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 그 차액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지 제조사에게 돌아가는지 여부, 임시 타이어를 보관하는 장소도 그만큼 작아지고 좁아져 순정 타이어를 임시 타이어로 갖고 다니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사실, 특히 한 제조사의 경우 그나마 임시 타이어조차 없애고 '리페어 키트'라는 '타이어 임시 땜방 도구'만 넣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그럼에도 '임시 타이어는 임시로만 쓰는 것이고, 고객들은 대부분 보험사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하시고 있다'는 제조사들의 주장과 이 주장에 동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자동차 보험료 말이죠, 고객들이 내는 것이지 제조사들이 내는 것은 아닙니다. 임시 타이어를 갈아끼울 때 부른 긴급 서비스는 출동 횟수에서 빼주는 것도 아니고요.

'재주는 곰이 넘고 이익은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재주를 부려주는 곰의 안전이라도 생각해주면 그나마 고맙긴 할텐데, 왕서방이 곰의 안전을 생각하기는 한 것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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