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 김 모(50)씨는 우유 배달을 하는 부인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지하방에 세 들어 살고 있다.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부인의 많지 않은 수입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최근 이들 부부에게 시련이 닥쳤다. 아내가 병원에서 탈장(脫腸) 치료를 받느라 한동안 일을 중단하게 됐다.
수입이 줄어 생계가 막막해지자 김 씨는 고민 끝에 부인의 50㏄ 오토바이 핸들을 잡았다.
김 씨는 멀리 있는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고, 앞이 뿌옇게 보일 정도의 시각 장애가 있었다. 당연히 면허는 없었다.
김 씨는 집 근처에 있는 도깨비시장에서 오토바이로 물건 나르는 일을 했다. 돈은 한번에 1천~2천원씩 받았다.
사람들도 그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일을 맡겼다. 김 씨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하지만 결국 14일 오후 사고가 났다. 시장 입구 골목에서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였는데, 하필이면 긁힌 차량이 외제차인 렉서스였다.
차량 운전자는 김 씨의 잘못을 주장하며 보험 처리를 하지 않는 대신 50만 원을 요구했지만 김 씨에게는 그렇게 큰 돈이 없었다.
게다가 김 씨는 억울했다. 자기가 보기엔 잘못은 분명히 렉서스 차량에 있었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렉서스 차량이 잘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 씨는 면허 없이 운전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무면허 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생계 때문에 무면허 운전한 시각장애인
오토바이 몰다 외제차와 접촉사고…경찰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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