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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윤종빈의 재능과 최민식의 마력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의 재능과 최민식의 마력
돈과 권력의 공통된 속성 중 하나, 때로는 힘과 노력 없이도 쟁취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씁쓸한 사실은 시대를 관통해왔다. 그 옛날 부모님 시대에도 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은 땀 흘리고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처세와 꼼수에 능한 사람과 더 가까이 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는 이 비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의 뒤틀린 욕망을 이야기한다.

전국적으로 폭력 조직이 판을 치던 1980년대 부산,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은 우연히 손에 들어온 히로뽕을 동네 건달 최형배(하정우 분)에게 넘기면서 폭력 조직에 발을 담그게 된다.

최익현 주먹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지만 폭력 조직 안에서 타고난 잔머리와 뛰어난 처세술로 권력을 확장해 나간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라면 등을 납작 엎드려 마음을 얻고 그 신뢰를 발판삼아 더 높은 자들에게 줄을 대는 식이다.




그러던 중 정권 교체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대대적인 조폭 검거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최익현과 최형배의 관계는 배신과 복수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른 윤종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 '비스티 보이즈'를 통해 호스트들의 세계를 정밀하게 탐구했던 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조폭 사회에 그 돋보기를 갖다 댔다.

소재나 이야기가 참신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동안 수많은 조폭 영화들이 선택해왔던 조직의 흥망성쇠, 그를 통해 인간의 탐욕을 따라가는 흐름은 할리우드의 '대부'와 '좋은 친구들', 가깝게는 충무로의 '비열한 거리'나 '사생결단' 등의 작품에서도 봐온 그림이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밀도 높게 구성함으로서 '범죄와의 전쟁'을 흡입력 있는 누아르 무비로 완성했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1980년대의 사회적, 정치적 세태를 조폭 세계 안에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1990년에 이르러서는 조폭과 검찰이 이해관계에 의해 공생하는 과정을 흥미롭고 치밀하게 그려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방대하게 이야기를 풀고,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지만 영화는 산만하지 않고 시종일관 힘 있게 관객을 끌어들인다.

무엇보다 '범죄와의 전쟁'들은 명품 배우들의 '연기 경연장'을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최민식과 하정우가 힘 있는 연기로 극을 주도하고 최근 '신스틸러'로 각광받고 있는 마동석, 조진웅은 감칠맛 넘치는 연기로 뒤를 받친다. 여기에 김성균과 곽도원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대한 쾌감까지 맛볼 수 있다.

감독은 최민식과 하정우 두 배우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추가되는 여러 인물들에게도 힘을 적절히 분배했다. 덕분에 모든 배우가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였고 주조연 할 것 없이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인상적인 신(SCENE) 하나씩은 만들어냈다.


 

최민식의 연기는 단연 빛난다. 성공에 대한 야심과 권력에 대한 뒤틀린 욕망을 소유한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최민식이라는 노련한 배우를 만나 미운 한편 연민의 감정이 드는 캐릭터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최민식은 살찐 돼지처럼 탐욕스러운 욕망을 드러내다가도 자식 앞에서는 따스한 아버지의 얼굴로 변신한다. 때로는 살기 넘치는 눈빛을, 때로는 코믹스러운 유머로 완급을 조절하며 누구도 쉬이 따라올 수 없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미완의 대기'로 주목받았던 윤종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본색을 드러냈고 최민식은 또 한번 연기 마력을 발휘했다. 관객들은 이 자신만만한 영화를 즐겁게 즐길 일만 남았다. 개봉은 2월 2일.

(사진 = 영화 스틸컷)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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