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부모와 친지를 찾아 떠나는 설 연휴에 평소보다 더 바쁘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혹독한 취업 전쟁 속에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젊은 세대도 명절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연휴가 더 바빠" = 서울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는 장혜선(40·여)씨는 설 연휴에 비상근무를 한다.
평소보다 2~3배 정도 많은 사람이 역에 몰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이달 20~25일은 '대수송기간'이라 해서 휴가를 못 내는 것은 물론이고 쉴 틈조차 없이 바쁘기 일쑤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로 사람들의 귀향을 돕는다는 생각에 크게 힘든 줄도 모른다고 한다.
장 씨는 "남들처럼 연휴에 쉬면 물론 좋겠지만 선물 꾸러미를 들고 저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흐뭇해져서 피곤함도 가신다"고 말했다.
서울역 부근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박 모(66)씨는 설인 23일은 물론 이튿날인 24일에도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일한다.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거리가 온통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고향에 계시지만 작업 때문에 매년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고향에는 얼마 전에 미리 다녀왔다. 명절에 고향을 못 가긴 하지만 별로 괘념치 않는다. 이 나이에 어디서라도 일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라고 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24시간 연중무휴로 문을 여는 한 찜질방은 명절에 더 바쁘다.
명절 피로를 풀거나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족이나 친지 단위로 찜질방을 찾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찜질방에서 일하는 김연옥(62·여)씨는 "3교대로 근무하는데 일 때문에 고향에는 당연히 못 간다.
하지만 밖에 나와 활기차게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워 기분 좋게 일한다"고 밝혔다.
택배회사 직원들은 일요일이 돼서야 한 짐을 덜어놓는다.
택배기사 황규종(31)씨는 "토요일까지 일하고 연휴에는 쉰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데 명절 물량 때문에 배송이 평소 2배로 늘었다.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고향에 내려갈 생각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관들도 고향에 가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중림파출소의 조영육 팀장은 "일요일 야간과 화요일 야간 근무조라 고향에는 못 간다. 연휴에는 평소보다 조용한 편이지만 빈집털이범이 많다 보니 평소보다 순찰할 때 신경을 바짝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명절이 부담스러운 20대 = 높은 등록금과 혹독한 취업난에 청년들은 연휴라고 편히 쉬지 못한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권 모(26·여)씨는 올 설 연휴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고향에 가면 친척들이 '이제 뭐하냐'고 물어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권씨는 "연휴에도 취업 준비에 몰두할 생각이다. 연휴에 취업 스터디 일정이 2개 잡혀 있고 토익 시험이 코앞이라 영어공부도 해야 한다.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니까 설 연휴를 평소 못했던 준비를 하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법고시 준비생 최 모(25·여)씨는 "대구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을 보고 싶지만 설 연휴에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연휴에도 스터디는 변함없이 굴러간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 모(22·여)씨는 "명절에 큰집에 가도 별로 즐겁지 않아 몇 년 전부터 설과 추석 근무를 도맡아 해왔다. 올해도 근무하기로 했지만 남들 다 쉬는데 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언짢아지기도 한다"고 했다.
◇명절이 외로운 쪽방촌 =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김 모(56)씨에게는 설이라고 특별할 게 없다.
일용직 노동자인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연휴는 일감이 없어 오히려 반갑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와 살지 않아서 얼굴도 잘 모른다. 고향이라고 딱히 갈 데도 없다. 새해엔 그저 몸 좀 건강해지고 일감이 많아지길 기대할 뿐이다"라고 소망했다.
인근에 사는 안복숙(75) 할머니는 "다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가족들과는 별로 왕래가 없다"고 했다.
안 할머니는 "이번 설에는 기분이나 내려고 그냥 집에서 떡국이나 끓여볼까 한다. 다른 가족은 멀리 있어서 왕래는 어렵고 통화만 한다. 근처 쪽방촌 상담센터에서 설 맞이 행사를 한다는데 거기나 가볼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근무·취업준비' 설이 더 숨가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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