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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기만 꽂으면 만병통치!?

- 다단계 업체의 폭리

[취재파일] 전기만 꽂으면 만병통치!?

찜질방이나 옥 장판(전기 매트)을 이용하다 보면 흔히 '원'적외선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됩니다. 원'적외선은 적외선 가운데 가장 먼 거리까지 파장이 미치는 광선을 말하는데요, 지구상의 모든 물질에서 방사되지만 특히 황토나 숯, 맥반석, 천연옥, 세라믹 등이 방사율이 높고, 피부속까지 침투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생활 속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원적외선'에 아직 증명되지 않은 '토션필드'라는 새로운 에너지 개념을 더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경찰이 한 다단계 업체를 적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제품의 원리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는데요, 세라믹 가루와 석회를 섞어 만든 고형물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면 집 안에 연결된 모든 조명과 전열기구에서 원적외선 토션필드가 뿜어져 나와 신종플루가 99.9% 예방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업체는 제품의 효능으로 신종플루 뿐 아니라 새집증후군 예방과 집중력/기억력 강화 등을 들었고, 차량용 제품은 연료 절감과 자동차 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광고했습니다. 경찰이 가장 황당하다고 밝힌 부분이 바로 집 안 내부의 전기선을 타고 이 제3의 에너지가 형광등이나 백열등, 또는 다른 전열기구를 통해 온 집 안에 퍼진다고 한 부분입니다.

                       



경찰은 단호하게 이런 내용의 광고가 허위.과장된 것이고, 사기범죄라고 밝혔습니다. 또, 1대당 99만 원에 팔린 이 제품의 원가가 3만 원에 불과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수사 결과, 이 업체 수상했다는 한 단체의 국제과학문화상도 해당 단체 고위 간부에게 2천5백만 원을 건넨 뒤 받은 것이고,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받았다는 효능 인증 실험은 대부분이 과장 또는 위조됐다는 겁니다.

                        


언뜻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제품의 효능을 모두 믿고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싶지마는,
1대당 99만 원짜리 이 제품은 놀랍게도 5천6백여대, 55억 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다단계 판매 방식을 도입한 건데요, 주로 건강에 관심이 많고, 소일거리가 없는 은퇴 노년층이 구매자이자 판매원 역할을 했던 겁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구매자는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구매를 하려하니, 수당을 챙기려면 한 번에 10대를 구매해야 한다는 말에 일단 효과부터 보자 싶어 구매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1달이 지나도록 효과가 없자 반품 요구를 했고, 일부는 돈도 돌려 받았습니다

                        


경찰에 확인한 하위 판매원만 1200여 명에 달했는데요, 이들은 주로 친인척 관계로 얽혀 있어서 제품의 효과가 없고, 사기 범죄가 의심되지만 서로를 신고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업체 대표 김모 씨도 만나봤습니다. 저를 포함한 취재진이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경찰의 수사가 짜맞추기식이었으며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말했는데요, 제품은 효능이 있고, 자신들이 대학이나 기관에 의뢰해 했다는 실험도 모두 적합했다는 겁니다. 돈을 주고 받았다는 상도 상을 준다며 후원금을 내라기에 건넸을 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너무 확신에 차 있었고, 당장 실험을 통해 서로에게 증명해 보일 수 없었기 때문에 취재는 중단됐지만 경찰의 수사는 한 마디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업체 대표와 돈을 받고 상을 준 모 단체 고위 간부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물론 효과를 본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55억 원이라는 거액이 노년층에게서 이런 업체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하루였습니다. 만약 업체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제품을 사재기하고 업체에 거액을 투자해야겠지요? 하지만 이 제품을 콘센트에 꼽기만 하면 부엌 냉장고 뒷 편의 열기가 사라지고, 선풍기 소리가 작아진다는 업체 대표의 말에 저는 그만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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