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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개무덤 된 신두리 해변

[취재파일] 조개무덤 된 신두리 해변

'개량조개'라고 아시나요? 황갈색 껍데기에 여러 줄의 엷은 갈색띠가 있고 안쪽면은 흰색입니다. 지방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도 참 많습니다.

황갈색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서 강릉. 속초 등에서는 명주조개, 보령, 서천, 홍성 등 충청도에서는 밀조개, 군산, 부안, 김제에서는 노랑조개라고 불립니다. 이밖에도 삼베 백합, 무조개, 연평조개, 약대비, 갈미조개라는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개량조개'는 밀물 때 해안선과 썰물 때 해안선 사이 구간인 조간대에서 수심10m까지의 가는 모래와 진흙이 섞인 바닥 퇴적물속 얕은 곳에 삽니다.

가끔 해수욕장 주변에서 대량 발견되기도 해 피서객들에게 조개 잡는 재미를 주기도하지요. 그런데 모래 속에 살다보니 조갯살에 잔모래가 많이 붙어있고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시켜도 모래제거가 완전히 안됩니다. 씹으면 입 안에서 지금거려 어민들은 아예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겨울인 요즘 해안사구로 유명한 태안 신두리 해변에서 '개량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부터 사구지역까지 백사장엔 폐사한 개량조개들로 뒤덮였습니다. 파도에 떠밀려 해안선으로 나온 조개들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멀리서 보면 햇빛에 반짝여 자갈처럼 보여도 다가가면 개량조개들입니다.

어민들은 개량조개 집단폐사가 목격된 것은 지난 10일부터 라고 합니다. 해수욕장 백사장을 중심으로 모습을 보이더니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신두리 해안 4km에 걸쳐 폐사된 조개가 발견 되고 있습니다. 죽은 조개들은 모두 입을 벌린 채 쌓여있어 갈매기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소는 집단폐사 원인을 겨울철 계절풍과 조류흐름에서 찾고 있습니다. 즉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가운데 조류흐름에 의해 개량조개 서식지인 모래 퇴적물이 쓸려 나가 조개들이 모래 속에서 노출돼 죽게 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개량조개는 번식 개체수의 기복이 심해 2년 전 쯤 산란기(6~7월) 때 대량 번식으로 개체수가 급증했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때문에 최근 집단폐사는 서식밀도가 높아진 개량조개들이 자연도태 되는 과정일 수 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민들은 과거에도 개량조개들의 폐사가 목격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집단폐사는 처음이라며 놀라 워 했습니다. 일부는 혹시 지난 2007년 기름사고의 후유증은 아닌가 걱정도 합니다.

5년 전 12월 만리포 앞바다에서는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크레인 바지선의 충돌로 검은 기름 1만2천5백여kl가 유출돼 태안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운모래로 유명한 신두리 해변도 기름범벅이 돼 굴 양식장 등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온 국민의 힘으로 지금은 푸른 바다 빛깔과 고운 모래를 되찾아 기름피해의 상처를 거의 씻어낸 상태입니다. 기름피해 악몽을 조금씩 떨쳐내고 있는 중에 때 아닌 조개 집단폐사에 어민들도 당황 할 만 한 것입니다.

조사팀은 이런 불안감을 씻고 다른 폐사원인을 찾기 위해 죽은 조개뿐 아니라 바닷물을 뜨고, 개펄 흙을 채취해 유류성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려면 한 달쯤 걸린다고 합니다. 기름피해와의 연관 가능성은 현재 아주 희박한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혹시나 몰라 태안군은 관광객들에게 조개를 주워 가지 말도록 당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두리 사구는 지난 2001년 11월 30일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퇴적지형으로 길이 약 3.4㎞, 너비 500m∼1.3㎞로에 이릅니다.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의 양을 조절하여 해안을 보호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적 역할을 하며,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해안가 식수원인 지하수를 공급하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도 자랑거립니다.

조개 집단폐사가 빨리 멈춰서 신두리 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이 제 모습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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