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미도에 있는 월미도공원역. 이미 1년 6개월 전에 완공이 됐지만 역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선로위에는 열차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커다란 역안 에는 담당공무원 한명과 공익근무요원 한 명만이 외롭게 역을 지키고 있고, 통제실의 모니터들도 켜지지 않은 채 쓸쓸히 방치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지난해 12월 인천메트로로 통합된 인천교통공사가 발주한 월미은하레일은 국내 최초의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천역에서 출발해 월미도문화의 거리와 월미공원을 순환하는 6.1km 구간에 설치된 모노레일로 모노레일 속에서 바닷가와 월미공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사업의 일종으로 853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 공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6월 정식으로 준공검사까지 마치고 완공을 했지만, 여전히 모노레일은 달리지 못하고 역에 그냥 서있기만 합니다. 2010년 완공시점에 운행을 앞두고 실시한 시범운행에서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주행 중에 모노레일이 선로를 이탈하지 않게 잡아주는 안내륜이 부러져버리고, 서야할 지점에 제대로 모노레일이 서지 못하면서 추돌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공사 발주처인 인천교통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사의 감리를 담당했던 감리 회사를 대상으로 인천중부경찰서에 부실감리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는 발주회사가 있고, 공사를 시행하는 시공회사가 있고, 공사에 대한 안전과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감리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감리회사가 제대로 공사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경찰에 진정하기에 이른 겁니다.
경찰 조사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감리도 부실했고,부실시공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실시공은 가이드레일 시공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이드레일은 열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선로입니다. 그런데 시공업체에 따르면 은하레일에 시공된 가이드레일은 국내에서 한 번도 시공된 적이 없는 시공방식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공사는 전문적인 업체에게 맡겼어야 하는데 시공업체는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였습니다. 더욱이 이 업체는 단지 경험이 없는 업체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격요건조차 가지지 못한 업체였습니다. 철도의 선로와 같이 특수한 시공은 국토해양부에 등록이 된 업체만 시공을 할 수 있는데 이 업체는 등록조차 안 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시공업체는 원래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가이드레일 시공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고, 시공사나 감리회사는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에도 강제로 공사를 맡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시공업체는 이미 전차선을 납품했기 때문에 레일이 깔리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거나 하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돼 어쩔 수 없이 공사를 할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감리회사 측은 등록 요건에 해당하는 레일 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경찰에게 제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감리회사가 정밀 검측을 해야 하는데 일괄 감리만 한 점, 입찰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공정에 따라 전문 감리를 해야 하는데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감리를 맡은 점 등으로 부실감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감리단장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그리고 미등록된 업체의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기관에 유권해석을 맡겨서 부실시공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경찰의 조사결과가 완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찰 조사의 핵심인 등록여부에 관계없이 인천교통공사의 조사결과 월미은하레일의 가이드레일은 부실했습니다. 모노레일 구간은 곡선이 많은데, 곡선 부분에서 가이드레일 이음새가 맞지 않는 곳이 여러 곳 발견돼 보수공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부러졌던 차량의 안내륜도 모두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우선, 보수공사는 외부전문가에게 안전성 검사를 다시 의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자연히 또 돈이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도 853억 원이라는 세금이 들어갔는데, 부실시공과 부실감리로 추가 비용이 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안전성 검사에만 수억 원의 예산이 잡혀있고, 결과에 따른 보수공사에는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금을 더 들여 보수공사를 마치고 나서 운행을 한다고 해도 걱정입니다. 현재 월미은하레일의 승차권은 대인기준으로 5천원입니다. 5천 원을 내고 6km 남짓 월미도 공원 위를 돌아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을까요? 과연 사업성이 있는 관광 상품이었는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이 모노레일이 월미공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아니고, 모노레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놀이공원 위를 도는 모노레일이 인천 월미도에 생긴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여곡절 끝에 운행을 시작해도 운행할수록 적자의 늪에 빠지는 애물단지로 전략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들도 고민이 깊어 보였습니다. 보수공사를 통해 완벽하게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이후 이 모노레일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월미은하레일이 산고 끝에 운행을 시작하고도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