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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걸그룹 미국 진출, 그 성공 가능성은?

[취재파일] 걸그룹 미국 진출, 그 성공 가능성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의 걸그룹들, 정말 대단하죠? 아시아를 넘어 이제 북미와 남미, 유럽까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음반 판매와 공연을 통해 실제 수익을 내고 있는 지역은 아직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뿐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바뀔 것 같습니다. 2009년 처음 미국에 진출했던 원더걸스가 다시 미국 공략의 시동을 걸었고, 소녀시대와 2NE1도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JYP의 원더걸스는 다음 달 2일 미국 케이블 채널 '틴닉(Teen Nick)'에서 방송될 TV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아시아 가수가 미국 TV영화의 주연으로 나오는 것은 원더걸스가 처음입니다. 틴닉은 미국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까지, 주로 10대가 보는 채널로 하루 평균 시청자는 2,30만 명 정도입니다. 인기 프로그램은 하루 시청자가 보통 50만 명에 이르고, 역대 최고 프로그램의 시청자 수는 120만 명이었습니다. 결코 큰 채널은 아니죠.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모두 알고 한번 정도는 보는 채널임에는 분명합니다.

                  


원더걸스는 이 영화의 주제가인 'DJ is mine'을 디지털 싱글로 미국 시장에 발표했습니다. 빌보드닷컴에서도 이 곡에 주목을 했군요. 그동안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발표한 노래 가운데 가장 팝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http://www.billboard.com/#/news/wonder-girls-premiere-english-soundtrack-1005853352.story

                  



SM의 소녀시대도 28일 3집 '더보이즈(The boys)' 스페셜 앨범을 미국에 발매합니다. 수록곡 대부분이 한국어 노래들이지만, 타이틀곡 '더보이즈'를 영어로, 그리고 여러 스타일로 달리 부른 트랙을 넣었다고 합니다. 소녀시대가 미국에 앨범이라는 걸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약간 테스팅(Testing) 형식의 앨범이라고 봐야겠죠? (정식 앨범으로 준비했다면, 100% 영어 앨범 작업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앨범 발매 레코드회사입니다.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인터스코프(www.interscope.com)'라는 미국 대형 레코드사와 손을 잡았군요. 레디오 가가, 에미넴, 블랙아이드피스 등 수십 명의 인기 가수들이 소속된 대형 레코드사죠. 지난 2010년 재미교포 힙합 그룹으로 2주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석권했던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도 이곳 소속입니다. 지난 2009년 보아가 미국에 진출할 당시에는 소형 레코드사인 '아스날'을 통해서 앨범이 나갔었죠. SM은 미국 현지에 SM USA라는 법인을 두고 있고, 지난해 유상증자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국 현지 대형음반사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회사 규모를 키우는 듯합니다.

                   



YG의 2NE1은 미국 힙합가수 '윌아이엠'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YG는 2007년 세븐을 미국에 보냈죠. 하지만, 제대로 된 현지 음반사를 잡지 못한 채 단독 쇼케이스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는 좀 달라보입니다. 윌아이엠은 미국 음반업계의 굉장한 거물이죠. 가수일 뿐 아니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고, 우리로 말하면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윌아이엠뮤직그룹( http://www.will-i-amglobal.com)'도 이끌고 있습니다.

                   


2NE1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윌아이엠의 영어 노래 10곡 정도를 받아서 미국 현지에서 녹음 작업을 해왔습니다. 기초 녹음까지만 끝난 상태로 추가 곡 녹음도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음반 후반 작업-앨범 제작-레이블 계약 과정-마케팅 프로모션 과정까지 엄청 많이 남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올해 안에는 앨범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이들이 미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누구도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정말 큰 시장이죠.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0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음악시장의 규모는 80억 달러, 우리돈 9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2003년 통계로 각국의 음악 시장 규모를 비교하면 대충 이런 모양입니다.(위키피디아 참조) 오른쪽 구석에 한국도 있군요.

                   



원더걸스의 지난해 미국 진출 성과를 놓고 '성공이다' '실패다' 말들이 많죠. 개인적으론 성공은 아니지만, 실패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쇼비즈니스 시장에서 '상품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완전히 퇴출당한 것도 아닙니다. 꾸준히 주류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인디 걸그룹(?)'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미국 시장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우리 연예기획사들도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겠죠. 그래도 한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1) 현지 대형 음반사를 잡아라.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성공을 위해선 SM처럼 현지 대형 음반사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디 수준에 불과했던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2006년 첫 앨범 이후 영화 및 드라마음악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후 2010년 2월 인터스코프 산하 '체리트리 레코드'와 계약을 했죠. 그리고 바로 같은 해 10월 'Like G6'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합니다.

                    



남미 가수였던 리키마틴도 비슷합니다. 스페인어 앨범을 여러 장 내면서 미국 드라마에 배우로 출연하던 리키마틴. 영어 앨범을 낼 때는 콜롬비아 레코드( http://www.columbiarecords.com)와 손을 잡았습니다. 대박이 났고요. 미국 4대 음반사는 유니버설, 소니뮤직, 워너뮤직, EMI(영국계) 등인데요. 각 음반사마다 크고 작은 계열 음반사들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 음반사들은 음반 제작과 유통 정도를 책임졌는데요. 요즘은 몸집이 커지면서 음반사들이 우리 연예기획사들처럼 가수들의 홍보, 마케팅, 공연, 출연까지 모두 챙깁니다. 우리도 연예기획사가 방송사, 신문사, 공연기획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듯이 미국 음반사들도 그렇습니다. 이들을 뚫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습니다.

2) 미국 음악 시장의 특징을 공략하라

지난해 빌보드 차트 10위를 살펴보면 일부 밴드와 듀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솔로 가수들입니다. 비주얼을 강조하는 가수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무대를 이끌 수 있는 실력있는 가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위 사진은 지난해 빌보드 연간 1위를 차지한 영국 가수 아델(Adele)입니다. 그녀도 영국 XL레코드와 계약을 맺은 뒤 미국에선 콜롬비아 레코드를 통해 음반을 발매했죠. 우리의 아이돌 같은 그룹들은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처럼 옛날 스타일인 것이죠. 물론 수요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소녀시대의 유튜브 영상에 열광하는 미국 팬들이 바로 그런 수요층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한 노래를 조금씩 나눠 부르는 음악은 미국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몇 명이 나눠부르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좀더 긴 부분을 제대로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특히 미국도 최근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가창력을 가진 '디바(Diva)'형 가수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이런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해 볼 부분입니다.

3) 미국 방송을 뚫어라

지난해 12월초 미국 현지 레코드사 및 연예기획사 사장들이 '월드뮤직아이콘'이라는 국제 오디션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요. 이 가운데 '라이트 엔터테인먼트(http://www.wegmusic.com)'의 자니 라이트(Johnny Wright/아래 사진 가운데) 회장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현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백스트리트 보이즈, 앤싱크 등 보이그룹의 매니저로 활동했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와도 일을 했었죠. 그는 이어서 "미국은 음악 업계와 라디오 시스템과 함께 호흡을 해야 성공이 가능하다. 현지 파트너를 잘 만나서 파트너를 통해 가이드를 받으며 현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미국 가수가 대중과 만나는 첫 루트가 바로 앨범과 공연이겠죠. 그 다음이 바로 라디오와 TV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라디오의 위상이 우리나라보다 높죠. 미국 자동차의 상당수가 위성라디오 수신기를 장착하고 있고, 미국 내 인기 스마트폰 어플이 라디오 수신어플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 영화에서도 라디오 청취하는 씬이 굉장히 많죠. 물론 앨범이나 음원만으로도 인기를 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려면 라디오와 TV방송이 절대적이죠. 제 생각에 YG는 앨범 제작 단계에 있고, SM은 앨범 발매+공연 단계, JYP는 라디오-TV방송에 이제 막 진입했다고 봅니다.

4) 노랫말로 미국인의 감성을 잡아라.

지난해 빌보드 연간 싱글차트 2위를 한 케이티 페리(Kate Perry)의 '파이어웍크(Firework)'라는 곡입니다. 가사를 한번 살펴볼까요? (http://blog.naver.com/happyfaal/40120713545) 지난해 빌보드 연간 앨범차트 3위를 한 레디오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의 가사도 음미해 보세요.
http://blog.naver.com/gkdistor0000/110109376955

                   



자, 이제 소녀시대 '더 보이즈(The boys)'의 가사를 살펴보죠.
http://blog.naver.com/ppngggg/60144321658
그리고 2009년 보아의 미국 진출곡 아이 디드 잇 포 러브(I did it for love)의 가사도 보시죠.
http://blog.naver.com/zv333/20099435442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미국 인기곡들의 가사가 더 와닿지 않으세요? 한국 가수들의 음악은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라기 보다 역시 영상을 보면서 함께 따라 '춤추는'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전체 음악팬 가운데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좀 제한적이겠죠? 역시 10대, 20대 미국인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역시 그들의 고민과 감성을 담은 가사가 필요합니다.

5) 반짝 성공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 음악 평론가 분이 제게 한 말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한류가 성공했다고 치자. 얼마나 오래 갈 것 같나?" 이 분은 리키 마틴을 예로 들었습니다. "한때 라틴팝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2년만에 죽었다. 케이팝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더라도 일본처럼 수 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 팬들은 한국과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음악적 정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케이팝(Kpop)은 아무리해도 결국 제3세계 음악 장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이 분의 최종 결론은 "미국 시장 진출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오늘 전해드린 많은 이야기들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죠. 음악은 개인개인이 자신의 취향으로 즐기는 거니까요. 팬들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래도 우리가 이런 걸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 우리 아이돌 가수들을 사랑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긴 글의 끝은 역시 "소녀시대, 2NE1, 원더걸스 우리 소녀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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