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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직도 궁금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취재파일] 아직도 궁금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지난 11일 점심시간,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 재학생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학생들은 10.26 재보선 디도스 공격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학생 3천3백여 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습니다. 학생들은 기금을 모아 한 일간지에 시국선언 광고도 냈습니다.

바로 다음날,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건국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시국선언 내용은 서울대학생들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특검을 도입해, 디도스 사태를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고려대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재보선에서 발생한 투표 방해공작은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기만과 훼손"이라며 시국선언문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3일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시국선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참정권을 유린하는 선관위 공격 사태에 대한 KAIST 학생 시국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냈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디도스 사태를 "3.15 부정선거 이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초유의 선거 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5일에는 12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이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로 "우리의 선거권이 훼손됐고, 민주주의와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방학 기간이어서 학교는 썰렁하지만, 요즘 대학가는 시국선언 열기로 이렇게 뜨겁습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우리 대학생들의 분노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6일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해 "배후는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해서 내린 결론은 이번 사건이 국회의장실 전 비서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가 사전에 공모해 저지른 공동범행이라는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인과 단체의 범행 개입이나, 선관위 내부자의 공모와 같은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발적인 단독벙행으로 결론 내렸던 경찰 수사 때보다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찝찝한 기분입니다. 배후가 없다고 해도 자꾸만 뭔가 더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그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어서일까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민들은 경악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인물이 설마 국회의원의 전 비서일 줄이야... 해당 의원은 자신은 이 일과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전전긍긍하면서,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를 받아들였고, 검찰 수사를 자체 검증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의혹의 눈은 여전합니다.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은 자체 검증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학생들만 화가 난 게 아닙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선관위는 디도스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가해자라고 할 정당에서 사과는 커녕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건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집권당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져, 참으로 말이 아닙니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대학가의 성난 외침에 정치권이 부디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특검이든 뭐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혹을 철저히 해소하길 바랍니다. 저러다 말겠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갔다가는, 선거의 해, 분명히 큰 코 다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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