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식량지원을 고리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려던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일단 정지시켰다.
북한과 미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직전 사실상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북한)을 대가로 24만t에 달하는 식량지원(미국)을 하는 협상을 거의 타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상황은 유동적으로 됐다.
그런만큼 미국은 지난 한달동안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킨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주시해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식량(영양)지원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일시 중단을 포함, 비핵화 조치 이행을 고리로 한 북미간 '합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한반도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북한을 관리하려면 협상테이블로 그들을 견인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북한 의중탐색은 주로 뉴욕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뉴욕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13일(현지시간)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북한측이 먼저 뉴욕채널을 가동한 점이나 이후 지난해 연말은 물론 새해들어서도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향해 '가급적 빨리 입장을 밝히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관련국과의 협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 실무 책임자인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달초 중국과 한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은 북한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
특히 김정일 사후 북한과 사실상 유일하게 소통하고 있는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재개를 바라는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오는 17일 워싱턴에서 한미일 3자협의가 진행된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 3차 미북대화와 6자회담이 열릴 경우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 당초 사실상 합의했던 24만t보다 늘려주고 지원품목도 이른바 '영양지원' 차원에서 제공되는 영양보조제 외에 쌀을 포함한 알곡(grain)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알곡은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데다 영양제품에도 일정량의 알곡이 포함돼있는 점을 내세워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채널에서의 협의는 그러나 전체적인 국면에서 보면 세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유훈통치'를 바탕으로 대미접촉과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지, 아니면 내부체제 정비를 위해 상당기간 대외접촉을 꺼릴지에 달려있다.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지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연기된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중국이 6자회담 조기재개를 서두를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안정이 급선무가 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상당기간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 내부의 동요를 막기위해 일부 강경파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하면 한반도 정세는 일순간 위기국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한미 동맹의 가치를 확고히 하면서 북한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면서 "대북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통해 골자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정일사망 한달' 미, 상황주시·후속대화 대비
대선 앞두고 '관리외교' 주력…한미 협의 활발<br>오바마 '국정연설'서 한반도 전략 윤곽 드러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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