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홍콩 사람들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기보다 홍콩인으로 여긴다는 설문조사가 최근 나오자 격분한 중국 정부가 맹렬한 비난 공세를 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한 홍콩대 로버트 청(鍾庭耀) 연구팀은 중국 관리들과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의 고위 관리인 하오톄촨은 현지 기자 몇 명을 불러놓고 홍콩은 이제 중국의 일부이므로 주민들에게 정체성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조사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비난했다.
홍콩 신문 문회보(文匯報)는 설문조사에 "나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로버트 청이 "검은돈을 받은 노예"이며 "홍콩인들을 동포와 떼어놓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또 본토의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설문조사가 "터무니없다"면서 "홍콩을 엉망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으며 홍콩의 다른 매체는 로버트 청이 영국 간첩을 비롯한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이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올해 중국의 권력 이양과 홍콩 행정장관 선거 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적대적인 세력이 활개치거나 금기시하는 문제의 토론이 이뤄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 교수는 자신에 대한 비난에 "문화혁명식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5년 전인 1997년 중국이 홍콩에 반환된 이후 이 조사를 계속 해왔는데 지난해 말의 최신 조사에서는 중국 본토에 대한 반감과 다르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경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WP는 전했다.
실제로 최근의 여러 사건에서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일 홍콩인 수백명은 고가 패션 브랜드 돌체&가바나가 중국 본토인보다 홍콩인을 차별했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해 홍콩에서 인터넷에 오른 어느 뮤직비디오는 본토인을 식당과 호텔, 상점에서 소리 지르는 "메뚜기"로 묘사했다.
홍콩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이점 때문에 홍콩으로 원정 출산을 하러 오는 본토 임신부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티베트와 신장 등지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뿌리 뽑으려는 중국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중국인'이란 의식만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156년의 영국 식민지배를 거친 홍콩은 본토와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졌다고 WP는 전했다.
홍콩 반환 이후 시작된 홍콩대 설문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점점 늘다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정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조사에서 자신을 주로 중국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34%에 불과했고, 63%는 홍콩인의 정체성을 내세웠다.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 본토 관리들은 왜 홍콩인들이 점점 중국에 냉담해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중국, 홍콩인 정체성 설문조사에 발끈
설문조사 홍콩대 연구팀에 비난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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