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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 값 폭락, 꼭 농민 탓 인가?

[취재파일] 소 값 폭락, 꼭 농민 탓 인가?

젖소 송아지 값 폭락으로 촉발된 소 값 파문이 한우로 터져 나왔다. 한우 농가들은 벌써부터 예견했던 일이다. 다만 축산을 비롯해 농업문제 등에 한발 늦게 심각성을 느끼는 언론이 늘 그렇듯이 뒷북을 치며 사회 이슈가 됐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러운 여론에 떠밀려 그때서야 못 이기는 척 움직이는 정부의 나쁜 습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돼 한우농가들의 염장을 질렀다.

특히 소 값 폭락의 원인을 찾는 정부의 진단은 농가들을 더 열 받게 했다. 정부의 판단 요지는 지난 2008년 미국 소 광우병 파문 이후 농민들에게 수 차례 소 사육 두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말을 안 들어 결과적으로 한우가 과잉 사육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60만 두였던 한우는 2010년 290만 두로 늘었고 지난해 310만 두까지 증가했다. 한우의 적정 규모를 250만 두로 보기 때문에 60만 두 가량 잉여 소가 발생했고 가격하락을 부채질했다는 판단이다. 결국 소 값 파동은 농민 탓이란 얘기다.

하지만 한우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2010년 말 구제역이 창궐할 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이동 제한조치 등을 강력하게 시행한데다, 축산농민들의 결사반대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정부 책임이 일차적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유통이 막히고, 쇠고기 수입으로 소비가 줄다보니 소 사육두수가 늘어 값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적정 사육두수 250만 마리에 대해서도 구체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쇠고기 소비자 값 안정과 소비촉진책이 마련되면 300만 두 사육이 과잉은 아니란 설명이다. 산지 소 값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의 고공행진이 쇠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데 한 몫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소 값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진단 속에 정부는 또 다시 때늦은 대책을 쏟아낼 모양이다. 번식 암소 감축을 위한 암소 도태 장려금 지원, 암소 위주 한우고기 선물세트 파격 할인판매, 복잡한 유통단계 개선, 군대에 납품하는 고기를 수입소와 돼지고기에서 한우와 육우로 교체하는 것 등이 포함될 것 같다. 이런 조치가 시장 정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임시방편, 땜질식 처방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증적 치료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면역력을 키울 수 는 없는 것이다. 사실 유통구조 개선 같은 대책들은 과거에도 수 없이 나왔던 흘러간 노래 가사다. 번번이 호들갑 떠는 언론에 궁색한 정부가 내놓는 말잔치 메뉴중 하나다.

오히려 농민들은 도축업자, 도매상, 식당에 대한 세무조사를 제안한다. 쇠고기 이력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누가 폭리를 취하는지 금세 드러날 것 이라고 했다. 뒷짐 지고 시장에 맡겨둬선 쇠고기 값을 끌어 내릴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른 품목들을 봐도 가격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한번 올라간 값은 다시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우리 집 농사용 소를 키워본 경험에 따르면 소는 참 착한 동물이다. 고사리 손이 풀을 먹이러 들판을 몰고 다녀도, 회초리로 엉덩이를 갈겨도 한 번도 깔보는 적이 없었다. 그 만큼 사람에게 순종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소는 예로부터 집안의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소죽부터 먹이고 나서 식구들이 밥을 먹을 만큼 대접도 각별했다.

새해벽두부터 몰아친 소 값 파동에 한우농가나 소나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더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이쯤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사육기반 조성에 힘써주길 기대한다. 탁상행정 노! 숫자놀음 노! 정부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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