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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존댓말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것

무작정 안철수 따라하기는 혼란만 부추길 뿐…자녀에게 존중심 갖는 마음가짐 전제돼야

[취재파일] 존댓말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것

존댓말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단순히 자녀에게 건네는 말끝마다 '요'자를 붙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부모님들의 마음가짐과 자세였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존댓말을 쓰면 좋다. 그런데 안철수 교수가 그렇게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건 참 어리석은 행동이라고요. 존댓말을 전혀 안 쓰다가 어느 날 문득 자녀에게 "밥 먹었어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아이는 어리둥절할 겁니다. 일관성이 없는 교육은 아이에게 혼란만 부추길 뿐입니다.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구사하는 존댓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언어표현입니다. 그래서 존댓말 교육이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부모의 언어표현 방식이 자녀의 사회인지발달과 의사소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은 여럿 있습니다. 이는 존댓말 교육의 효과와 연관성을 갖기 때문에 중요한 요점들만 추려보겠습니다.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류성진 교수는 부모의 언어표현 방식을 크게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인 '공부해라'를 간단히 예로 들겠습니다.

명령형 : "TV 그만보고 공부해."
권유형 : "이만큼 놀았으니 이제는 공부하자."
의문형 : "오늘 많이 놀았니? 공부할까?"
서술형 : "모레 있을 학교 시험에 좋은 성적 거두려면 지금부터 공부하는 게 좋겠구나."

명령형은 마치 군대에서 상관이 하급자에게 하는 명령과도 같습니다. 권유형은 자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해주는 표현 방법이고, 의문형은 자녀의 심리 상태 파악에 초점을 두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술형은 자녀가 처한 문제에 대해 세부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을 덧붙여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류 박사는 국내 대도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8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부모가 서술형 언어표현을 쓸 때 자녀의 인지발달이 가장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여전히 명령형 언어표현에 익숙합니다. 명령에 익숙한 부모들은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적절한 이유나 설명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체벌이나 무시, 욕설 등 언어폭력을 가하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경고합니다. 명령조의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자기존중감이 낮고 비도덕적 행위를 자주 하며, 창조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반면 서술형 언어표현에 오랫동안 노출된 자녀들은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숙고하고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궁리합니다. 부모의 개방적 언어표현은 자녀의 인지발달과 소통능력을 향상시킵니다. 그런데 존댓말은 그 자체로 개방적 언어표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존댓말이지만 명령조인 경우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존댓말 속에 담긴 함의가 중요합니다. 존댓말이란 언어표현은 상대방을 자신보다 존중하겠다는 뜻입니다. 존중심이 없는 존댓말은 차가운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자녀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겠다는 건 위에서 설명한 권유형, 의문형, 서술형 언어표현을 구사하겠다는 의지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그러면 가정에서 존댓말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전문가들은 자녀가 본격적으로 말을 배울 시기인 3~5세부터 시작하면 좋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존댓말을 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가 서로 존댓말을 안 쓰는데 아이에게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이럴 땐 존댓말을 안 쓰는 게 낫습니다. 대신 자녀를 존중하는 개방적 언어표현을 구사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존댓말 교육에만 지나치게 매몰되면 버릇없는 아이로 성장하기 십상입니다. 잘못된 행동을 할 땐 엄하게 꾸짖는 것, 그것이 똑똑하고 올바른 아이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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