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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대 유골 2구…부모는 어디 가고

[취재파일] 10대 유골 2구…부모는 어디 가고

경기도 포천의 인적 드문 산 중턱에서 부서진 차량 한 대와 어린이 유골 2구가 발견된 건 지난 달 30일. 유골 크기로 봤을 때 10대 초반으로 추정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삶을 채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은 걸까? 발견된 지 2주 가까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말을 얘기해줄 사람은 모두 죽거나 사라졌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풀어야 하는 의문점들을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1. 사건 발생은 언제?

시신이 유골로 발견된 건 사망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얘깁니다. 경찰은 버려진 차량의 차적을 조회한 결과, 지난해 2월 경기도 일산에서 가출신고 된 45살 이 모 씨의 승용차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당시 가출신고 된 이 씨의 가족은 본인과 아내, 그리고 각각 10살, 13살 된 두 딸이었습니다. 따라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유골 2구는 이 씨의 두 딸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시신은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 보내졌습니다. 법의학 연구팀은 우선, 유골의 연령대를 파악하기 위해 뼈의 발달 정도와 치아의 발육 정도를 조사했습니다. 어린이 유골이라 뼈의 상태만으로 성별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연령대는 각각 13살 전후, 11살 전후로 나왔습니다. 두 딸의 나이와 거의 일치한 겁니다. 국과수는 뼈에서 DNA를 채취해 유전자분석센터에 의뢰하는 한편, 두 딸의 치아치료 기록과 실제 치아의 상태를 대조해 신원을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두 딸이 맞다면 이들은 언제 사망한 걸까. 발견 당시 유골의 복부 부근에는 아직 살과 근육이 일부 남아 있었습니다. 국과수에선 "현장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최소 3개월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자매는 부모와 함께 가출한 지난해 2월과 9월 사이에 사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왜 이제 발견 됐나

9월 이전에 사망했다면 시신과 차량이 왜 이제야 발견된 걸까. 혹시 다른 곳에서 사망해 나중에 옮겨진 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산 중턱이긴 하지만, 차량이 다니는 2차로에서 아래로 불과 30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이 2차로는 등산객이 등산로로 활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최초 신고자 역시 인근에 사는 등산객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고자는 "지난해 9월부터 등산을 다녔지만 그 이전엔 차량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신고자가 처음 차량을 발견한 건 12월이 되어서였습니다. 등산을 함께 다닌 아내와 며칠 동안 차냐, 바위냐를 놓고 얘기하다, 결국 12월 30일 신고자가 가파른 계곡을 내려가 차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신고자에 따르면 차량이 있던 곳은 워낙 경사가 가파르고 험해 등산객들도 접근하지 않는 곳입니다. 차량은 바닥이 보이는 상태로 옆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나무와 바위, 낙엽 등에 묻히면 주변 색과 분간이 잘 안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던 것이 12월 들어 눈이 내려 쌓이면서 비로소 차량이 도드라져 보인 게 아닐까 하는 게 신고자의 추론입니다.

3. 부모는 어디 있나

경찰은 신고를 받은 후 주변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아이들의 유골 외에 다른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이모 씨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는데 최근엔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서 컴퓨터 조립매장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업 운이 없었는지 가출 직전 상가를 폐업하고 신용불량 상태가 됐습니다. 가출 신고자는 함께 사는 매형인데, 매형 부부와 함께 산 것도 추측컨대 경제적 사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생활고로 인해 모종의 결심을 하고 집을 나간 것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혹시 범죄와 연관된 건 아닐까? 그러나 경찰 얘기로는, 이 씨 가족 누구의 명의로도 거액의 보험이 가입돼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또한 사채업자 등과의 특별한 거래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씨의 흔적은 가출한 지 한 달쯤 되는 지난해 3월 한 은행에서 30만 원 정도를 인출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경찰은 동반자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부모만 살아남았거나, 또는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차량을 먼저 추락시키고 자신들은 다른 곳에서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만일 차량 추락사고로 동반자살을 시도한 거라면 차량에 부모의 혈흔이 남았을 겁니다. 만일 혈흔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먼저 보내려고 한 시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량에선 친척 등 주변인 연락처가 적힌 수첩이 나왔는데, 만일 아이들이 죽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어쨌든 경찰은 부모가 살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부모가 실제로 다른 장소에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이 사건은 사실상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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