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가전제품 가격정찰제를 시행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보도해 드린 백화점 흥정을 뿌리뽑겠다는 것이지요. 국내에는 모두 88개의 백화점이 있습니다. 롯데가 34개, 현대가 13개, 신세계가 9개고요. 삼성과 LG의 가격정찰제는 이 56개 백화점에서만 시행됩니다. 지난달 보도했던 때보다 제품 가격이 더 내려가 있더군요. 물론 원래 팔리던 가격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것이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가전제품의 가격은 제조사가 정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값, 냉장고값을 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신 제조사에게서 물건을 사다가 파는 유통업체들이 정합니다. 이들 3개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체들은 삼성전자는 리빙프라자, LG전자는 하이프라자 입니다. 둘 다 삼성과 LG의 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 들입니다.
백화점들은 1년간의 설득작업 끝에 가격정찰제를 시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찰제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행사 매장을 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줄 것이라더군요. 현대백화점의 의지가 가장 강해보였고, 그 다음이 롯데, 신세계 순이었습니다. 높은 가격을 써붙여놓고 100만원씩 깎아주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던 관행이 이 세 백화점에서는 당분간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지속되겠느냐입니다. 백화점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직원들은 실적에 쪼임을 당할 것이고, 뭔가 수를 마련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가만히 보면 백화점 측도 숨통은 터줬습니다. 판촉행사에 따른 할인 가격은 따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죠. 쉽게 말하면, '30% 세일' 이런 문구를 붙여놓고 할인해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일 기간은 물론, 각 매장이 알아서 정합니다. 그러니까 1년 내내 세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뭔가 또 다른 변칙이나 꼼수가 생겨날 수도 있고요.
백화점은 대형마트나 전자제품 전문 할인매장, 인터넷 쇼핑몰 등에 비해 가격이 비쌉니다. 간혹 제품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백화점이나 마트나 인터넷이나, 모두 제조사에서 물건을 사다가 되파는 것이기 때문에 물건은 똑같습니다. 개인간 거래나 듣보잡 사이트가 아닌 이상 물론 AS도 동일합니다. AS는 유통업체가 아니라 제조사가 하는 것이니까요.
백화점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뭐 아시는대로 입니다. 직원들 인건비며 백화점에 떼주는 30-40% 마진이며.. 그 비용을 여러분들이 내시는 거죠. 뭔가 대접받는 것 같은 기분, 스스로 좀 있어 보이는 기분을 느끼는 데 대한 비용인 겁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저는 백화점 쇼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백화점은 정찰제가 원칙입니다. 정찰제가 지켜지지 않는 곳이 두 곳인데, 가전과 가구라더군요. 워낙 제품이 고가이다 보니 그런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보면 백화점과 각 브랜드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조치로 백화점 흥정의 오랜 관행이 정말로 깨질까요? 1년 쯤 뒤에 매장에 다시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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