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통장에 잔고, 지금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 달치 생활비를 쌓아 놓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고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항상 여유있게 생활비를 통장에 넣어 놓고 있다면 좋겠지만 살다보니 그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최근 제 흥미를 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인천광역시의 통장 잔고에 대한 기사였는데요, 인천시의 1년 예산은 7조 5천억 원, 그러니까 하루에 2백억 원 넘는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천시의 하루 통장 잔고가 백억 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내일 쓸 돈도 통장에 들어있지 않다는 이야기죠. 일반 시민들도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하는데, 280만 시민이 사는 광역시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것 저것 큰 사업들을 벌이면서 빚이 늘어나면서 이런 처지가 됐습니다. 2006년만 해도 인천시와 그 산하기관의 빚은 3조 7천억 원이었는데요, 2010년 말에는 이 빚이 무려 10조 4천억 원, 그러니까 6조 7천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시민 1인당 370만 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당연히 생활이 쪼들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이런 인천시가 최근 벌이고 있는 또 하나의 대형 사업이 있습니다. 2014년 아시안게임입니다. 우선 각 구에 하나씩 큰 경기장을 짓고 있습니다. 서구 주경기장 4천 9백억 원, 남동구 체조경기장 2천 5백억 원, 연수구 하키경기장 2천 5백억 원, 부평구 테니스 경기장 천 6백억 원 뭐 이런 식입니다. 아시안게임에 인천시가 쓰는 돈은 모두 1조 8천억 원, 대부분 빚을 내서 충당할 계획입니다. 이 정도면 ‘빚잔치'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 지방 선거 이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바뀐 시장이 적어도 주경기장은 짓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를 찾아가서 이 방안을 제시해서 승낙을 받고 돌아옵니다. 하지만 전임 시장 약속대로 그냥 지으라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시의원은 머리를 밀고, 일부 주민들은 피켓을 들고 맹렬하게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시장이 자신의 뜻을 굽혔습니다. 그리곤 이번엔 정부에 30%인 1470억 원을 달라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국제대회 지원법에 정부가 사업비의 30%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면서 말이죠. 시장은 "부산 아시안게임, 평창 올림픽에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 왜 인천만 돈을 안 주느냐"고 하고, 국회의원들도 총리를 만나서 "국고지원을 안해주는 것은 인천을 홀대하는 것"이라고 압박을 하고 나섰습니다. 지역 언론들도 당연히 줘야 할 돈을 안 주는 것처럼 크게 보도하고 나섰고요.
정부 입장에서야 어이가 없는 일이죠. 알아서 짓겠다고 해놓고는 왜 이러나 싶은 겁니다. 총리도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절차와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천만 돈을 안 준다”고 떠드는데, 실제로는 건설비, 운영비 등등 이미 2천억 원을 지원했고 앞으로도 3천억 원을 더 주게 돼있습니다. 합해서 5천억 원이 넘습니다. 당국자와 통화를 했더니 “주경기장 문제는 제가 말해봐야 시장이나 국회의원을 면박 주는 것 같아서 말하기 어렵다”고 속앓이만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주경기장 지원 예산을 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섰습니다. 1차 지원분 150억 원을 알아서 예산안에 끼워 넣은 겁니다. 인천 곳곳에는 ‘시민의 염원, 주경기장 국고 지원 성사’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고요. 아마 이 플래카드 보고 “잘했네”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셨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정말 잘 한 일일까요?
사고를 쳐놓고 결국 중앙정부에 떠넘기는 지자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기사에도 썼지만 강원도 태백시, 경상남도 김해시 이런 곳들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각자 사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자체와 지자체장의 책임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낳은 주민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올해도 선거가 있죠. 이럴 때 꼼꼼하게 공약을 살펴보고 표를 던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밋빛 공약이 멀지 않은 미래에 부메랑처럼 지역 주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언론 입장에서도 더 꼼꼼히 이 부분 짚어드리는 보도를 내놔야 하겠고요. 떼 쓰는 지자체, 막을 방법은 결국 주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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