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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입양특례법의 '법원허가제'를 아시나요?

'사고파는 신생아' 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

[취재파일] 입양특례법의 '법원허가제'를 아시나요?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입양 특례법이 시행됩니다. 기존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별법'의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몇가지가 달라졌습니다. 먼저 '촉진'이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해외입양 20만 명의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에 따라 신생아의 경우 국내입양을 1년간 추진한 뒤 안 되면 해외입양을 시키도록 했습니다(2007년부터 이미 시행중인 방침이기 때문에 법명도 이렇게 바꾼 거죠). 이래서 도입된 것이 '입양숙려제'입니다. 미혼모가 출산 후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에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함께 생활하게 만들어서 입양의사를 되돌리도록 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좋은 뜻입니다. 입양 촉진보다 입양을 해야 되는 아이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미혼모가 아기를 직접 키우기로 마음을 돌리더라도 혜택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입양을 가지 못하거나 위탁가정. 보육원으로 옮겨지면 정부에서 매년 꾸준하게 그 단체에 지원을 하게 되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맘을 먹으면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거죠. 친모가 친자를 키우는 경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장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미혼모에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환경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거죠.

반면 입양아의 인권과 권리 보호는 한층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법원허가제'입니다. 지금까지는 국가가 지정한 입양기관이 전적으로 입양 여부를 결정했는데 이제는 법원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양부모의 자격을 더 꼼꼼하게 심사하고 입양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입양아를 잘 키우는 지 관리도 좀 더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고, 아이가 자란 뒤 자신의 출생이력도 찾아볼 수 도 있겠죠. 취지는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죠.

미혼모는 아이의 출생기록이 남겨지는 것을 꺼려하고 양부모도 입양기록을 남기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양부모의 90%가 입양아를 자신의 친자로 출생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입양기관을 통해 자격조건을 심사받고 입양아기를 결정하더라도 기록을 안 남기고 자신들이 낳은 것처럼 구청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는 거죠. 우리 법에는 병원에서 주는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증인 2명만 세우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거든요. 편법이지만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허가제가 시행되면 미혼모는 일단 아기를 자신의 친자로 등록한 뒤에 법원에 입양신청을 하게 되고 양부모 역시 아이를 입양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옛날명칭: 호적)에는 친자로 등록할 수 있지만 입양관계증명서에는 뚜렷이 입양기록이 남게 되는 거죠.

숙명여대의 안재진 교수는 "미혼모의 경우 친자기록을 입양 후 말소한다는 내용이 있어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결혼을 안 한 사람이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아직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데 누가 과연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서 법원에 입양신청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 법원허가제가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 있어선 미혼모나 양부모의 입양을 위축시키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미혼모 입장에선 어찌 보면 자책감을 안고서라도 새 삶을 위해 아기를 입양시키는 건데 입양기록이 남으면 공식적인 입양을 꺼리겠죠. 양부모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러다 자칫 음성적인 뒷거래 입양을 부추기는 부작용만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난 2010년(2011년 통계는 아직 안 나와서) 국내 입양아 수는 1400명을 넘겼습니다. 가정법원에서 '이 많은 입양심사를 과연 제대로 다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가정법원 판사들은 지금도 늘어나는 이혼송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데 말입니다. 지금처럼 입양기관이 실질적인 일은 다 하고 법원은 입양결정의 요식절차만 행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의 이경은 과장님이라고 아주 명료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인데요, 웃음도 많으시고요... 현재 입양특례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법규가 정해진 이상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는 입양기록을 감춰주는 것에 대한 보완책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점에 대해서 정부나 학계도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남은 기간 보완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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