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대규모 승진 요구, 명예퇴직 시행 등 은행권에서 인사적체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한마디로 은행이 너무나 '늙었기' 때문이다. 조직이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자 경영진은 인건비 걱정, 직원들은 승진 걱정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 은행도 '고령화' 문제 심각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0년 말 국내 은행의 일반직원은 9만583명이었다. 과장 이상 간부급이 4만662명(46%), 사원·대리 등 행원급이 4만8천921명(54%)이었다. 간부보다 행원이 많은 '젊은' 조직이었다.
10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말 은행은 '늙은' 조직으로 바뀌어버렸다.
전체 직원은 9만7천826명으로 7천명 가량 늘었다. 간부급(5만9천660명)이 1만9천명 가량 급증한 반면 행원급(3만8천166명)은 1만명 이상 줄었다.
간부 대 행원의 비율은 61대 39에 달한다. 행원보다 간부가 훨씬 많은 `역피라미드'형이 된 것이다.
은행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 국민, 하나, 신한 등 4대 은행의 남자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7.6년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무려 19.3년이다. 직원 평균이 부지점장급이라는 얘기다. 부지점장 연봉은 8천만~9천만원이다.
제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근속연수가 9.1년에 불과한 것에 비춰보면 은행이 얼마나 `고비용 구조'에 빠졌는지 알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조직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조직이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니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명퇴 불구 인사적체 심각…불만 `눈덩이'
은행 관계자들은 고령화의 원인을 두 가지로 든다.
우선 고속성장의 후유증이다. 국내 경제가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1990년대까지 은행들은 영업망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은행마다 인력 확충에 나섰고 승진 문제도 없었다.
1998년 외환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인력 감축을 위해 수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최소화했다. 몸통의 아랫부분이 줄어드니 조직구조는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해갔다.
1990년대 초반 들어온 한 은행 간부는 "입사 당시만 해도 지점장까지 올라가는 건 당연하고 임원 승진 경쟁만을 염두에 뒀다. 지금 젊은 직원들은 지점장 승진마저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 간 인수합병(M&A)도 인력 고령화의 원인이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었다. 조직의 반발을 우려해 조직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심각한 인사 적체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농협이 521명, 하나은행이 378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신한은행마저 명퇴 행렬에 동참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감원으로 인사적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창 일할 대리급이나 과장급부터 승진 걱정과 불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라고 털어놨다.
산업은행의 박모(44) 팀장은 "입사 동기가 서른 명이 넘는데 팀장 직책은 3명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나이가 마흔이 넘어 팀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적체는 일회성 명퇴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승진이 느려져 장기 승진누락자가 많아지면 노사 간, 사원 간의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은행권 10년 전보다 훨씬 '늙었다'
간부 60% 넘는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로 변해<br>인사적체 '몸살'…명퇴·노사갈등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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