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송아지가 만 원? ①쇠고기값은 그대로

축산 농가의 현실

[취재파일] 송아지가 만 원? ①쇠고기값은 그대로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이 1만 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육우 송아지, 그러니까 젖소의 수송아지 얘깁니다. 1년 전만 해도 마리당 17만 원은 족히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삼겹살 한 근 가격에 불과합니다.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난 1년간 소값은 그야말로 반토막났습니다. 한우는 40%, 육우는 60% 가까이 값이 빠졌습니다. 반면, 사료값은 국제 곡물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30~40% 급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를 키우면 도리어 손해를 보는 실정이 됐습니다. 그러니 송아지를 사서 기르기를 꺼리게 되고, 특히,
사육두수가  한우의 5~6%에 불과해 낙폭이 훨씬 더 큰 육우 송아지는 말 그대로 거져줘도 안 가져가는 처지가 됐습니다. 직접 만나본 한 농민은 '1+1(한 마리 사면 한 마리 거져주는)행사'라도 하고 싶다고 했고, 또 '병아리처럼 학교 앞에서라도 팔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말을 하는 농민의 마음은 절박함 그 자체였습니다.

농가들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배합사료 대신, 조금 더 싼 조사료(볏짚)를 먹이고, 난방비와 전기료도 아껴봤지만,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에는 송아지를 굶겨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소를 친자식처럼 여긴다는 농민들이 송아지를 굶겨 죽일 정도니,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얼마나 절박한지 짐작할 만합니다.

           


소 값 폭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르는 소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지난 2009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한우 가격이 오르면서 축산 농가들은 사육두수를 계속 늘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한우 290만 마리, 육우 18만 마리 등 전국에서 기르는 소는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서 업계가 추산하는 적정 사육두수 250~260만 마리를 50만 마리나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구제역 여파와 쇠고기의 수입개방 확대로 국내산 쇠고기 소비는 오히려 줄면서 소 값이 폭락한 겁니다.

넘쳐나는 소를 당장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갑자기 소비를 늘릴 수도 없어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쉽게 개선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산지 소 값이 반토막 났는데도, 우리가 사 먹는 쇠고기 값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대형마트와 정육점에서 파는 쇠고기 값은 15% 정도 내리는 데 그쳤고, 음식점에서 파는 한우 값은 1인분, 150g에 여전히 4만 원 안팎으로 쉽게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 그대롭니다. 

식당 주인들과 유통업자들은 서로를 탓합니다. 먼저, 음식점 주인들은 식당에 들어오는 쇠고기 가격이 별로 낮아지지 않았다며 유통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게다가 인건비와 임대료, 상추와 깻잎 등 기타 부재료 가격을 고려하면 쇠고기 가격이 음식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며, 설령 식당에 들어오는 쇠고기 가격이 하락해도, 실제 음식값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최대 10단계에 이르는 쇠고기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도 지난 2010년 쇠고기 유통 마진은 40%에 달했습니다. 쇠고기 값이 폭락한 올해는 유통 마진이 50%를 웃돌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유통구조 개혁으로 거품을 걷어내 국산 소 소비를 늘리는 것이 소 값 폭락을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