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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코엑스, '민간 휴직제' 수상한 밀월

<8뉴스>

<앵커>

민간 근무 휴직제라는 게 있습니다. 지방 공무원이 1,2년쯤 휴직하고 민간기업에 가서 경영기법을 배워오는 제도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실태를 알아봤더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코엑스.

소유주인 한국무역협회가 출자한 자회사가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인 이곳에 강남구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 사무실이 있습니다.

[(여기 강남구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근무하시는 사무실이 어디죠?) 저쪽으로 있어요, 그런데 제가 몇 호인지는 모르겠고요.]

[(혹시 강남구청에서 나온 직원이세요?) 네.]

지난 3월 코엑스로 파견된 강남구청 국장급 공무원입니다.

[(코엑스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시죠?) 체육대회도 같이 하고 워크숍도 같이 가고 뭐 이런…조직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이른바 민간 근무 휴직제입니다.

구청 공무원이 휴직하는 대신 파견 나간 코엑스에서 월급을 받는 제도입니다.

민간의 선진경영을 배워온다는 취지 때문에 50세 이하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파견 공무원 연봉은 1억 원, 코엑스가 신입사원 3명을 채용할 수 있는 액수입니다.

지난 8년 동안 5명의 강남구청 공무원이 다녀갔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50대 중후반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었단 점입니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억대의 연봉을 받아 챙기고, 복귀해선 바로 퇴직했습니다.

코엑스는 왜 책상만 지키다 정년을 맞이하는 공무원에게 억대 연봉을 줘 왔을까.

[코엑스 관계자 : 사실은 강남구의 협력 없이는 코엑스는 꼼짝달싹도 못해요.]

강남구청 역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식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 민간기업에서는 1억 원 정도 들어가는 만큼 2억, 3억 원의 (효과를)기대하겠죠.]

구청 내부적으론 인사 적체 해소효과가 크다고 털어놓습니다.

[한 명이 민간 휴직제로 (파견)가게 되면 5명이 승진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 하는 일도 없이 1억이 넘는 연봉만 받고 온다, 그러면 누가 보기에도 이건 휴가제도이고 부적절한 거래가 아니냐 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민간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민간 휴직제를 중단했습니다.

공무원 조직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단 취지의 지자체의 민간 근무 휴직제가 퇴직 앞둔 공무원의 밥그릇 챙기기로 전락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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