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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K의 도 넘는 '최태원 회장 구하기'

[취재파일] SK의 도 넘는 '최태원 회장 구하기'
SK그룹 임직원들이 최태원 회장 구하기에 나선 모양이다.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를 끌어 모아 검찰청에 탄원서를 보내고 언론에 구명 인터뷰를 하는 등 수사 막바지의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SK 그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태원 회장이 불구속 기소라도 된다면 엄청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며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회사 게시판을 통해 최 회장 선처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일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연초 시무식은 창립 이후 처음 취소됐고 회사의 인사, 투자 등 경영계획 수립도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이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며 그룹 전체가 공황 상태라는 또 다른 SK 관계자의 말은 회사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 동안 검찰 수사에는 형제, 부자, 모자 등 한 가족의 2명 이상은 구속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이번 수사가 극히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수사도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까지 감안할 때 검찰이 최 회장에 대해 기소여부까지야 알 수 없지만 구속영장 청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SK그룹 관계자들의 말만 종합해보면 최태원 회장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기소가 되면 당장이라도 회사가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다.

                   


지난 2006년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산시, 전북지사 외에 현대차 인도법인 직원, 유럽대리점연합회까지 나서 2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정 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그럼에도 당시 정 회장은 구속 수감됐고(1심 중간에 보석으로 나왔지만)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경영 올스톱' 등 회사경영이 무척이나 어려워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현대차는 어떻게 되었나?

현재 '글로벌 톱5'에 오를 정도의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 됐고 지난 2009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660만 대를 생산 판매한 현대차는 올해 7백만 대를 목표로 할 정도다. 회장이 구속돼 경영이 잘됐다는 말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어두운 부분이 도려내진 뒤 경영이 좀 더 투명해지고 결국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기 때문에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라는 SK그룹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SK그룹은 한 번 망했어야 했다. 지난 2003년 2월 최태원 회장은 1조5천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지 않았나.

SK그룹 입장에서야 회장이 수사를 안 받거나 받아도 무혐의, 기소유예 정도로 끝내는 것이 상책이겠고 만약 수사대상이 됐다면 불구속 기소가 중책, 구속기소가 하책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SK그룹 사람들의 발언은 회장에 대한 충정을 반영한 의견이라고 생각되지만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반성해 다시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기업 경영이 더 투명하고 좋아지지 않을까.

SK그룹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기소를 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말이 전도됐다.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하면 검찰이 나설 이유가 없다. 순수한 경영 외에 다른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벗어나게 되는 우를 범하고 결국 수사대상이 된 것은 아닌지 그룹 관계자들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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