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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악마성'…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

인간 내면의 '악마성'…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까?

새해 첫 날, 모처럼 일가 친척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신년 소망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화제는 어느 새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옮겨갔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나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1971년 '교도소 생활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했던 실험이 그것입니다. 실험 참가자 24명을 죄수와 간수로 나눈 뒤, 가상 감옥에서 생활하게 하며 그들이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는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건강하고 상식적이며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지적인 중산 계층의 남성들로 구성됐습니다. 보통의 일반인들이라야 실험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당초 2주를 염두에 뒀던 실험은 불과 5일 만에 끝났습니다. 간수든 죄수든 처음엔 서로 다를 바 없는 호기심 어린 실험 참가자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들은 연구진도 예상 못했던 충격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간수들에게 주어진 것은 곤봉과 선글라스, 그리고 죄수에 대한 통제권이 전부였지만, 간수 역할을 맡은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 간수들 이상으로 지배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나치의 만행이나 일제의 잔혹함을 영상으로 접하며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럴 수 있나' 치를 떤 경험 있으시죠? 인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은 잘 보여줬습니다. 불과 5일간의 교도소 실험은, 참가자 전원이 실제가 아니라 하나의 실험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 교도소나 포로 수용소에서나 있을 법한 충격적인 일들로 점철됐습니다. 죄수에 대한 간수의 물리적 폭력, 우월감의 과시로 나타난 성적 학대 등은 급기야 폭동 사태까지 유발했습니다.

더 심각했던 것은 이 모든 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던 연구자들의 태도입니다. 당시 연구진의 회고에 따르면 누군가가 "어떻게 이런 실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느냐"고 외치기 전까지 연구진 그 누구도 이 실험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합니다. 간수들이 자기 역할에 매몰되며 집단 광기에 빠진 것처럼 연구자들 역시 실험 내내 거대한 광기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지요.

스탠포드 연구팀의 교도소 실험은 비윤리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실험으로 심리학 책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일방적인 위계가 존재하는 공간에서의 '집단 광기'를 잘 설명해 줍니다. 죄수에 대한 교도관의 지나친 행동, 하지만 집단 안에서 그것이 당연시 되는 현상은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학교 내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의 토양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 일방적인 위계가 존재하는 곳은 비단 학교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선 각 분야에 잠재된 '집단 광기'가 발현하지 못하도록, 우리 내면의 '악마성'이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끝없이 견제하는 관심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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