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인도에서 밀주를 마시고 14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 일(더 놀라운 것은 매년 수십 명이 밀주를 마시고 숨진다고 합니다), 연말에 미군이 철수하는 이라크에서는 여전히 폭탄 테러로 사람들이 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전파를 타고 안방으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얼마 전 사회부에서 국제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취재파일을 통해 못다한 국제 뉴스와 뒷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핀란드에서 미사일을 실은 배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졌습니다. 배에 실린 미사일은 패트리엇 69기였고 폭발물 150톤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영국 선박회사 소속인 이 배는 독일에서 출발했고 중국 상하이가 최종 목적지였으며 입항 허가서도 없어 핀란드 정부에서 불법 무기 거래는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패트리엇(patriot)은 애국자란 뜻을 갖고 있는데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무기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이 무기가 어디서 온 것인지, 과연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의문은 풀렸습니다. 미사일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우리나라였습니다. 핀란드 정부가 조사를 시작하자 독일 정부에서 나섰습니다. 배에 실린 패트리엇 미사일은 독일에서 반출된 것이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중고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리 정부가 수입을 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국방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함께 실린 중국행 폭죽이 문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핀란드 기준에는 폭발물의 경우 컨테이너에 넣어서 보관하고 옮겨야 하는데 당시 배 안에 있던 폭죽은 파레트(일종의 나무 판자)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독일이나 덴마크 기준은 파레트에 잘 묶으면 되는 것이라 출항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압류 중인 패트리엇 미사일은 핀란드 법대로 컨테이너에 실어 정상적으로 한국으로 올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용을 취재하면서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배는 앞서 말한대로 영국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정된 배의 경로는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 상해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살펴보면 핀란드는 경로와는 상관없는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왜 이 배는 경로와 다른 핀란드로 갔을까요?
알고보니 이 배는 독일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오는 항해 일정에 따라 움직였지만 도중에 태풍 예보가 내려져 급히 핀란드 코트카 항으로 피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국제 화물을 실어나르는 화물선은 미리 확정된 경유지 국가에서 발급한 입항허가서를 챙겨야 하는데 이 배는 핀란드가 경유지가 아니어서 입항허가서를 갖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이번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입니다. 국방부의 해명처럼 핀란드 정책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고 이미 무기 수입 사실은 알려진 바 있어 군사 기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핀란드를 거친 적이 없어 문제가 없었는데 다른 이유로 핀란드에 갔다가 일종의 봉변(?)을 당했다는 주장은 왠지 변명처럼 들립니다. 만약 무기 이동 경로를 파악해 테러 단체가 가져갔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무기 수입 사실은 기밀이 아니지만 이동 경로는 극비가 아닐까요? 철저한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