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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민혁명 겪은 아랍…내년은?

[취재파일] 시민혁명 겪은 아랍…내년은?
어느덧 연말입니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연말이면 10대 뉴스를 선정하죠. 아마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꼽은 10대 뉴스 가운데 서너 개는 이곳 아랍권을 휩쓴 시민혁명과 이후의 상황들을 담은 내용들일 겁니다.
 
정말 올 한 해 이 지역은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격동의 한 해를 겪었고 또다른 격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자 이집트 최고의 영자신문인 '이집션 가제트'지도 올해를 되돌아보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아랍의 봄이 불확실성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 한 줄의 제목이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민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되거나 물러날 예정인 4명의 독재자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 예멘의 살레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 가운데 별다른 잡음 없이 투명한 선거를 치르고 차분히 새로운 정부구성과 과거청산을 진행하고 있는 튀니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그야말로 불확실한 혼돈에 빠진 상황입니다.
 
이집트는 2차까지 치러진 총선결과 이슬람세력들이 60%가 넘는 득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반 군부 시위와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안정을 위해 군부가 제시한 6월 대선대신 4월로 대선을 앞당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카다피 일가의 몰락 이후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신헌법 제정과 총선, 대선 등 정치 일정을 준비 중인 리비아는 내전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서방국가들이 물밑에서 벌이는 석유이권 쟁탈전, 그리고 내전 승리를 주도한 시민군이 각 지역별로 나뉘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간헐적인 충돌과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멘 역시 살레의 30년 독재를 마감하고 권력이양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유혈사태가 계속되면서 살레 대통령이 예멘 체류를 포기하고 미국 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한 해 5천 명 이상을 희생시킨 시리아의 내전은 아랍 연맹이 감시단을 파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는 있습니다만 부자 세습을 통한 아사드 일가의 40년 독재 종식 없이 유혈사태의 종식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비아 내전에서 시민군을 지원하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폭정을 강력히 비난해 온 걸프 연안의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은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서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바레인에는 사우디가 군대를 파견하면서까지 시위진압을 돕기도 했죠.
 
며칠 앞으로 다가온 2012년은 걸프 지역 국가들까지 본격적인 ‘아랍의 봄’이 확산될지, 그리고 독재자가 물러나고 이슬람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가 존중되는 민주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한국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고 하던데요, 이 곳 이집트에도 예수의 탄생을 누구보다 소중히 기리는 기독교도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해 온 콥트교도들인데요, 이들은 매년 1월 7일에 크리스마스를 지냅니다. 성경에 보면 구약의 출애굽, 그리고 예수 일가의 이집트피난 등 이집트에 여러 기독교 유적들도 많습니다.
 
마르기르기스라고, 2천여 년 전 카이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지역이 있는데요,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가면 10여 개의 유서 깊은 콥트 교회들이 나타납니다. 그 가운데 아부사르가 교회는 아기 예수 일가가 머물렀다는 동굴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죠. 그 위에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기둥을 세워 교회를 지었는데요, 12기둥 가운데 예수를 밀고한 가롯유다를 상징하는 기둥만 붉은 화강암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아기 예수 일가가 피난 시절 마셨다는 우물이 보존된 동정녀 마리아 교회가 있습니다. 지금도 콥트교도들에겐 유서 깊은 성지로 남아 있죠.
 
이처럼 콥트교도들은 예수의 발자취가 남겨진 이집트 곳곳에 교회를 짓고 기독교의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천 삼백 년 전 이슬람문화가 전파된 뒤로 콥트교도들은 소수파로 전락해 온갖 박해와 차별을 당해 왔는데요, 지금도 대다수는 이집트 사회의 하층민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카이로 외곽의 무까땀이라는 지역엔 ‘쓰레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요, 카이로 시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재처리하는 일종의 쓰레기 집하장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옛날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 한복판인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싶은데요, 이 곳에 무려 7만 명의 콥트교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리 곳곳엔 아기 예수 탄생을 상징하는 장식물들이 걸려 있습니다. 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는 비위생적인 상태지만, 콥트교인들은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시민혁명으로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이 조금은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총선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히려 걱정스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친미적 성향의 독재권력에 억눌렸던 이 지역의 이슬람주의자들은 내년 시민혁명 후 첫 의회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시민혁명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우려처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경직된 이슬람 국가의 길을 걷게 될지를 놓고 2012년에도 아랍권 전체가 요동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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