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더라" (A 카드사 관계자)
"체크카드는 이제 공익 사업으로 하라는 것 같다" (B 카드사 관계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입니다. 금융당국이 오랫동안 준비해 내놓은 카드 대책의 핵심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신용카드 발급은 어렵게 하고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 보급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신용카드 남발과 가계 빚을 줄이겠다는 데 있습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매년 천만 장씩 늘면서 1억2천2백만 장을 넘어 성인 한 명이 5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현실, 그리고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900조 원을 넘나드는 가계 빚을 고려하면 이해는 갑니다. 카드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운 분들이어서 '부채의 질'로 따지면 비중보다 훨씬 폭발력이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갑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것은 만 20세 이상 성년이면서 소득이 대출원리금 상환액보다 많은 신용등급 6등급 이내 사람들에게만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발급 숫자는 줄일 수 있겠지만, 과연 가계 빚, 특히 악성 가계 빚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신용 카드를 사용해 부채가 늘거나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사용해 온 신용등급 7등급 이하 300만여 명은 주로 급한 생활비나 병원비 등을 이유로 빚을 지는 것인데 카드를 못 만들게 한다고 빚을 안 질 리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부업체처럼 더 높은 이자를 내면서 빚을 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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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형 카드 활성화 대책에서는 더욱 탁상행정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현재 직불형 카드 시장 점유율이 9% 정도입니다. 그나마 신용카드사들이 체크카드를 내놓으면서 신용카드 가맹점이면 거의 다 체크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부가서비스를 늘려서 늘어난 수치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부가서비스는 없고 말 그대로 예금한도 내에서 사용만 할 수 있었던 '직불카드'는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부족으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습니다. 이런 직불형 카드 시장을 5년 안에 4~5배나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입니다.
범을 바꿔서 직불형 카드 소득공제율을 조금 높여주고 소득공제 한도 금액을 높이는 것이 유인책입니다. 카드사들에게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확대하라는 사실상 압박도 대책에 포함돼 있습니다. 카드 부가서비스의 경우 신규, 해지 등을 할 때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니까 앞으로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변경하려면 아마도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확대안을 같이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대책 초기에는 카드사들이 울며겨자 먹기로 따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할부나 카드론 등 다른 수익 구조가 전혀 없는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는 가맹점 수수료가 수익이고 비용은 부가서비스인 단순한 구조인데 가맹점 수수료는 낮추고 부가서비스는 늘리라는 요구를 계속 따를 리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 강제로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늘리게 한다면 그 대책의 후폭풍은 신용카드 고객들의 부가서비스 축소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체크카드를 제외한 직불카드가 과연 얼마나 사용될 수 있느냐도 문제입니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은 200만 곳이 넘지만 직불형 카드 가맹점은 그 1/4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맹점에서 단말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수수료 낮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맹점에 자기 돈 들여서 직불카드 단말기를 사서 설치하라고 한다고 그렇게 설치할 가맹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의 카드 문제에 대한 고민과 방향은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이번에 실제 내놓은 카드 대책을 보면 관치와 탁상행정의 그림자만 짙게 깔려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부릅뜬 눈이 잠시 풀리는 순간 시장은 분명히 자기 살 길을 도모할 것입니다. 부디 이런 예상이 틀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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